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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권 ■■■/대만 기차와 마을여행기

[대만 북부 단수이] 바다 옆 언덕에 불어온 유럽의 향기. 단수이 淡水 /하늘연못의 대만마을 여행기






열차는 몰라도 MRT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Nova Railway Benchmarking Group에서 2004, 2005년 세계 최고로 인정받았다. 기차와 달리 식음료 섭취를 엄격히 금지할 만큼 휴지하나 없이 청결하다. 좌석도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배치되었다. 비단 객차뿐만 아니라 MRT역사들도 쾌적하고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며, 몇몇 역사들은 마치 하나의 갤러리에 온 것 마냥 아름답다.  






MRT단수이선은 타이베이 남북을 연결하는 중추적 노선이다. 타이베이 도심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상으로 운행하기에 느긋하게 타이베이 시내를 관람하기 좋다. 타이베이를 벗어나 단수이에 가까워지면 MRT는 바닷가로 달리니, 가슴이 트인다.   







MRT단수이역은 바다를 벗삼았다. 바다를 품은 도시는 하나같이 또렷한 색채가 감돈다. 단수이는 푸른 배경속 붉은 도시색채가 인상적이다. 중국 본연의 붉은 색감에 포르투칼과 네덜란드의 붉은 색채가 미묘하게 스며들었다. 중국 고궁 성벽에 서구양식을 가미한 단수이역은 정말 단수이스럽다.






역 바로 뒤에는 포근한 바다. 바로 옆에는 단수이 옛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단수이역 주변에는 '바다'를 제외하고 흥미있는 곳은 없다. 만약 아쉽다면 단수이 옛거리로 향하자. 대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시장이 조성되어 있다. 시장 속에는 예로부터 서민들이 행복을 기원하던 사당들이 숨박꼭질하듯 숨어있다. 가이드북에 소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언덕을 올라 골목골목을 헤쳐 어렵사리 찾다보면 그 규모에 허탈함이 밀려온다.. T_T;;; (대만을 여행하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네사당들이다.)







약 400년 전 바다를 건너 온 유럽에서 대만에 처음으로 향취를 뿌렸다. 홍마오청, 진리대학, 담강중학 등 오래된 유럽풍 건물들이 바다 옆 언덕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청나라시절 서구 열강의 압박에 못이겨 개항했던 옛 흔적들이 왠지 아름다운 감성으로 다가온다. 유럽의 감성에 바다 마저 조망되니 산책은 마냥 경쾌하다.





동방원정을 나선 포르투칼은 1629년 바다가 널리 조망되는 이곳에 Fort San Domingo 요새를 만들었다. 이후 네덜란드와 영국이 탈환하면서 영사관으로 쓰였다. 당시 중국인들의 눈에 서양인 머리가 붉다하여 '홍묘성 紅毛城 (빨간머리성)'이라고 불렀는데, 당시 별명이 현재 정식명칭이 되었다. 
 
제국주의에 휘말려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어야 했던 대만 근대사의 현장이었기에 홍마오청이 갖는 역사적 의의는 굉장히 크다. 그런 식민역사를 보여주는 자료관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정작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시 유럽인들의 화려한 생활상 뿐..
그리고 비운의 역사에게 미안할 만큼 홍마오청과 이곳에서 바라본 바다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어쩜 대학교 캠퍼스가 이토록 단아할까???
동서양의 감성이 물씬 멤도는 캠퍼스 낭만은 대만영화의 단골 촬영지가 되었다.

캐나다인 선교사 마셰박사가 교육, 의료, 기독교 포교를 위해 '옥스포드 대학'이라는 명칭으로 건립된 대만 최초의 대학교다. 
중국 사합원 양식에 서양의 감성을 덧칠한 우진리학당을 비롯하여, 비잔틴양식으로 건축된 성당 등 주변 건축물들이 농후한 세월의 감성을 풍긴다. 가을이 그려졌다. 그리고 가을의 정취 속에 학생들의 웃음 섞인 담소들은 의미는 알 수 없어도 오랜 친구 마냥 친근하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不能說的秘密,2008)"을 본 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의 첫 사랑을 그리워 할 것이다. 영화감독이자 주연배우였던 주걸륜의 모교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모든 이의 첫사랑의 배경무대가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학창시절의 추억을 그리워 하며 이곳을 찾는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수이를 다시 찾은 이유도 학창시절의 추억들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았을 때 나와 같은 심정으로 온 이들이 제법 많았다. 또한 적지 않은 커플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으니 영화 한 편으로 단수이의 사랑의 스팟으로 거듭난 셈~!!! (일본인들이 겨울연가를 보고 남이섬을 찾는 이유도 그렇겠지만...) 이곳의 학교 회랑을 거닐다보면 자연스레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되돌아간다. 나에게도 첫사랑의 기억이 있는데....풋~

참고사항 | 종종 문이 닫혀있어 들어가지 못했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담강중학은 정문과 후문이 있는데, 수업시간에는 정문이 닫혀 있어 출입할 수 없다. 하지만 후문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을 뿐더러 영화촬영지도 후문에 있다. 후문은 진리대학에서 바다방향 후문으로 나와 단수이역방향으로 약간만 내려가다 보면 찾을 수 있다.




 

19세기 서구 열강과 청나라간의 무역교역이 활발해지자 세관업무를 볼 사람이 필요했다. 당시 청나라엔 세관 업무를 볼 수 있는 자가 없었기에 외국인들을 고용해서 세관업무를 봤다. 당시 외국인들이 세관업무를 보던 관저였다. 새하얀 건물이기에 단수이 백악관이라는 별칭도 있다.





단수이와 파리섬은 연인이다. 파리섬은 단수이를 항상 바라보며, 단수이도 파리섬을 바라본다. 아무말 없이 서로 바라보고 있기에 대만의 결혼촬영 명소가 되었다. 나의 화교친구도 이곳에서 결혼촬영을 했으니......
단수이와 파리섬 모두 소박한 어촌 마을이었지만, 단수이가 관광지로 인기를 누리자, 파리섬도 덩달아 리조트지역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리움'이다. 대만원주민을 제외하곤 본래 대만이 고향인 자들은 당시 많지 않았다. 유럽인들과 일본인들은 지배를 위해 건너왔고, 중국인들도 정치적인 도피를 위해 대륙에서 건너와서 미지의 땅 대만을 개척해나갔다. 그들은 고향과 똑같은 바다를 보며 고향을 그리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바다는 '많은 이들의 그리움'이 담겨있다.
난 뭐가 그토록 그리운걸까? 





◎ 여행키워드 | 바다 옆 지하철여행(?), 유럽 분위기 듬뿍 느끼는 캠퍼스여행

 여행코스 | 반나절 (파리섬 제외)
    단수이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앞에서 '홍마오청' 이나 '진리대학'이 쓰여진 버스를 탑승하자. (약 15분 소요)
    홍마오청, 진리대학, 담강중학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어 반나절이면 충분히 여행할 수 있다.
    석양이 오면 단수이의 로맨틱 스팟인 <어인마두漁人碼頭> 로 향하면 된다. 
    + 단수이역 근처 사찰들은 과감히 버리자.

    + 타이베이로 오는 길에 온천이 그립다면 <신베이터우 온천>으로 향하자.


 
교통 | MRT 단수이선 종점 단수이역에서 하차 (타이베이 시내에서 약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