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중화권 ■■■/중국 소도시의 로망

[중국 내몽고 후룬베이얼] 어원커족의 자작나무숲, 러시아족의 목조마을, 건허 根河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여행기

 

건허는 내몽고자치구중에서도 러시아접경지역이다. 몽골문화권이지만 어원커족들과 중국계 러시아족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중국어는 물론 몽골어, 러시아어를 공용사용한다.) 그래서 중국의 어떤 지역보다 러시아 분위기가 많이 풍긴다. 그리고 대초원으로 가득한 내몽고의 어떤 지역보다 울창한 산수를 지니고 있다.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대초원을 달린다. 이곳에선 오히려 인간의 흔적이 그리울 만큼 대자연만 존재했다.

오직 바람만이 대지를 어루만진다는 느낌이 들었던 걸 보아하니.... 대자연을 앞에 두고 인간은 먼지처럼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강은 아무런 기별이 없다. 그 적막함이 거친 날씨 탓에 무섭사리 다가온다. 강 옆에는 거인 나무들이 군락군락 자리 잡았다. 아마도 굉장히 많은 수종들이 이 강을 젓줄로 오래도록 살아왔을 것이다. 어원커족들에게도 오래도록 삶의 터전이었다. 

 

어원커족은 퉁구스어로 '산림 속에 사는 사람들'이란 의미다. 우리에겐 '퉁구스'란 명칭으로 익숙하다. 이들은 몽골문화권이지만 초원이 아닌 산수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그래서 몽골인과는 약간 다른 생활풍습을 유지해왔다. 대초원에서 유목생활을 즐기며 젓소와 양을 기르던 몽골인들과 달리 주로 산속에서 수렵생활을 즐겼다. 대초원에 적합한 몽골의 게르가 아닌 산 속에서 짓기 쉬운 삼각뿔모양의 '사인주'를 짓고 살았고, 순록을 주로 키웠다.

 

한국인과 공통점도 많다. 우리나라의 아리랑 쓰리랑이라는 단어가 어원커족의 말과 흡사하다고 한다. 외모 또한 중국 한족보다는 한국인에 흡사한 모습이다. 이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이 많아 아직도 민족끼리는 어원커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별도의 문자가 없어 몽골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어원커족들은 대부분 몽골어도 구사한다고 한다.) 

 

어원커족은 현재 총 6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중 반은 러시아 예벤키족으로, 이 중 반이 중국에 있다. 중국의 어원커족 대부분이 건허지역에 거주중이다.

 

 

 

 

 

자작나무숲 ★★★★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온통 자작나무뿐이었다. 바람이 나무피리를 불면 가녀린 나무들은 가볍게 몸을 흔든다. 눈을 감고 양팔을 뻗으며 CF 한 편 찍고 싶었지만 당연히 난 감성적인 인간이 아니다. 이곳에서 감성에 젖어 CF촬영 하다간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벌레들의 집중공격을 당한다. 가벼운 산책은 오직 싱그러움만 담았다. 자아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버스가 무려 40여분 넘게 달려서야 자작나무숲을 벗어날 수 있었으니, 그 방대한 규모가 짐작간다.

 

 

 

 

 

대초원을 오래도록 달리다가 나타난 마을은 대초원의 쓰레기통 같았다. -_-;;; 이곳저곳 방치된 쓰레기들, 마치 초원에 연탄재를 던져놓은 듯 한 모습은 '정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TV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난민촌이 불현듯 떠오른다. 

 

하지만 몇 시간동안 지겹도록 초원만을 바라보다 마을이 나타나니 그 행태가 비록 난민촌 같아도 반가웠다. 지저분한 모습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면 진솔하게 인간적인 것이다. 불친절한 길 덕분에 버스는 느린 걸음을 재촉한다. 덕분에 난 마을을 유심히 바라볼 수 있었다. 여태까지 봐왔던 중국 시골마을과는 색다른 감성이다. 디자인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고 대충 지어진 점은 같다. 하지만 콘크리트나 빨간 벽돌이 아닌 모두 목재로 지어졌고, 러시아의 냄새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본래 이 지역 마을들은 러시아인들이 개척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적 마찰로 러시아인들은 이곳을 떠났고 그 빈자리를 몽골족이나 어원커족 등 북방소수민족들이 들어와 빈 마을을 채워나갔다.

 

우리는 버스에서 약 한 시간을 더 달려 아직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러시아족 집성마을을 찾았다. 러시아 공산혁명이 일어나자 많은 러시아인들은 자유를 찾아 중국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중국 역시 공산화되자 대부분 서구세계로 이주하거나 러시아 본토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약 2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중국에 남아 러시아 접경지역에 살아가고 있다. 

 

 

 

 

 

 

 

 

시위 러시아마을은 마을 전체가 러시아풍 목재로 만들어서 마치 동화감성을 풍긴다. 중국CCTV에서 중국에서 아름다운 16개의 마을을 선정했는데, 거기에서 1등을 했다. (믿기가 힘들구나....T_T;;;;) 중국계 러시아인들이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인들이 오히려 더 많이 보였다. 하지만 중국어를 자유로이 구사하는 러시아인들을 보고 있으니....느낌이 새롭다.

 

 

 

 

 

마을은 대초원 위로 네모반듯하게 계획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공사 중이라 어수선한 상태고, 관공서와 시장이 있는 마을 중심가만 일부 단장되어 있다. 하지만 마을이 완성되고 교통만 좋아진다면 중국에서 손꼽히는 동화마을로 많은 인기를 누리지 않을까.

 

 

 

 

 

나무로만 만들어진 러시아 정교회는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부가 궁금했지만 문도 닫혀 있었고,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았다.

 

 

 

 

 

마을의 중심가 상점들은 단촐했다. 두어 개의 기념품 상점과 빵집이 전부였다. 본래 노천 야시장이 들어선다지만 비오는 날이 장날이었다. 빵집에 들어가니 고소한 빵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내부 인테리어 따위는 절대 없지만 마을 커플들의 유일한 데이트 장소인 것 같았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사장님이 직접 구웠다는 러시아빵을 먹었다. 앗!! 이런 반전이!!! 금년도에 프랑스 출신 제빵사의 베이커리를 찾아 다녔었다. 다들 훌륭한 맛이었지만 이곳 빵이야 말로 금년도에 맛본 빵중에 최고였다. 결국 빵맛을 본 일행들은 빵사재기에 돌입!!!! 의외로 사장님이 중국인이라서 여쭤보니 러시아사람에게 직접 제빵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겉은 달콤한 과자처럼 바삭이는데 안에는 부드럽고 따스한 식감이 솔솔~~

 

 

 

 

 

드넓은 벌판에 펼쳐진 통나무집들은 마치 마을이 아닌 펜션단지에 온 것 같다. 위 사진의 집은 외관을 보니 이 지역 부호(?)가 사시는 듯...

 

 

 

 

 

마을 끝자락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어 더욱 운치를 가미한다. 싱그러운 풍경을 마지막으로 오늘 숙소가 위치한 어얼구나로 돌아간다. 하이라얼에서 무려 5시간의 대장정 끝에 찾은 마을이었다. 마을 전체가 목재로 만들어져서 독특한 풍광을 연출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버스로 2시간을 달려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어얼구나에 도착했다. 어얼구나도 중국어 간판과 중국인들만 없다면 중국이 아닌 마치 러시아에 온 느낌이었다. 깔끔하게 단정된 도시는 구나습지를 제외하고 볼거리는 없었지만 도시 자체만으로도 고풍스러운 감성이 베여있었다.

 

 

 

 

 

본 여행기는 한국중국여행사&레드팡닷컴의 팸투어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레드팡닷컴&고딱지 www.redpang.com

 

 

 

 

 

'■■■ 중화권 ■■■ > 중국 소도시의 로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귀주성 츠수이 여행] 폭포와 적색단하의 풍정, 적수대폭포 赤水大瀑布 + 불광암 佛光岩 /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여행  (0) 2017.09.18
[중국 귀주성 츠수이 여행] 대나무숲과 폭포수의 앙상블, 사동구四洞沟 /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여행기  (0) 2017.09.17
[중국 내몽고 후룬베이얼] 후룬베이얼초원의 진주, 하이라얼 海拉爾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여행기  (2) 2013.08.12
[중국 내몽고 후룬베이얼] 국경의 끝, 러시아풍 도시, 만저우리 满洲里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여행기  (6) 2013.08.02
[중국 내몽고 후룬베이얼] 대습지의 포근함을 담은 러시아풍 도시, 어얼구나 额尔古纳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여행기  (0) 2013.07.16
[중국 절강성 수창현] 시골도시인들의 여유로운 순정, 쑤이창 遂昌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여행기  (10) 2013.04.02
[중국 절강성 수창현] 미륵불의 미소가 있는 작은 구채구, 천불산 千佛山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 여행기  (4) 2013.04.02
[중국 절강성 수창현] 소탈한 농촌의 온천향, 호산홍성평마을 湖山洪城坪村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 여행기  (2) 2013.04.02
[중국 절강성 수창현] 9단 폭포와 대나무 숲의 섬세한 시선, 남첨암 南尖岩, 대갱촌 大坑村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 여행기  (2) 2013.04.02
[중국 절강성 수창현] 중국 최고 낙차의 폭포와 원시림, 신룡곡 神龙谷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 여행기  (0) 2013.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