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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권 ■■■/중국 소도시의 로망

[중국 내몽고 후룬베이얼] 대습지의 포근함을 담은 러시아풍 도시, 어얼구나 额尔古纳 /하늘연못의 중국 소도시여행기

 

 

어얼구나는 초원이 품은 도시다. 볼거리라곤 습지가 유일하다지만 도시 자체만으로도 오묘한 향기를 풍긴다. 오래도록 이곳 산수를 터전으로 살아온 어원커족을 비롯한 북방 민족들과 아직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러시아족들이 남긴 감성들이 도시에 가득하다. 그래서 중국이 아닌 러시아와 몽골에 온 느낌이다.

 

 

 

 

 

 

 

어얼구나는 대초원의 분지에 소담스럽게 자리 잡았다. 핑크색 지붕에 러시아풍 건축물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중국이 아닌 러시아의 초원도시에 온 느낌이다. 주변 국경도시인 만저우리도 러시아 색채가 강하지만, 두 도시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만저우리가 거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장난감 도시같다면 어얼구나는 대초원의 여유와 포근함이 느껴진다.

 

 

 

 

 

중국어 간판과 거리의 중국인들만 아니라면 여긴 마치 유럽같다. 풍부한 천연자원 덕분에 중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입었다. 도시는 네모반듯하게 개발중이며, 구시가지 조차도 깔끔하게 정돈되어가는 중이다.

 

 

 

 

 

하싸얼광장 哈撒尔广场       중국 어느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중심광장으로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광장 가운데에 카사르 동상이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카사르는 징기스칸의 친동생으로 이 지역을 지배했다. 카사르는 징기스칸 못지 않게 카리스마로 가득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중심가를 벗어나면 목재로 지어진 러시아풍 건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지역의 모든 간판은 중국의 소수민족 배려정책에 의거하여 한문, 몽골어, 러시아어가 공용표기 되어 있다.

 

 

 

 

 

 

 

 

어얼구나습지(濕地景区)는 어얼구나의 상징이다. 역설적으로 이 습지로 인해 어얼구나란 도시가 형성되었고 유명해졌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어얼구나습지는 시내중심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거리에 있으니 도시와 벗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입장하면 정상을 향해 약 20여분 등산(?)해야 습지가 한 눈에 조망된다. 나 같은 저질체력자들을 위해 가격이 착하지 않은 전기차(편도당 10위안)도 마련되어 있다. 올라가면서 마주보는 단아한 능선 너머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이 내 기분마저 휩쓸고 날아간다.  

 

 

 

 

 

정상에 올라서니 정면으로는 어얼구나시내가, 왼편으로 습지가 한눈에 조망된다. 대초원이 시내와 습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초원은 차분한 어머니같단 생각이 든다. 

 

 

 

 

 

어얼구나강은 후룬베이얼대초원을 가로질러 러시아와 중국의 경계를 흐르다가 아무르강과 만나 동해로 흘러간다. 중국에서 양쯔강과 황허에 이어 3번째로 긴 대장정이다. 어얼구나강처럼 생태계가 잘 보존된 강은 드물다. 지금까지도 태고의 영혼과 아름다움이 생명력이 살아있다

어원커족, 타타르족, 몽골족, 만주족 등의 많은 북방민족들에게 오래도록 이 강은 곧 생명이었기에, 수천년간 대초원을 지배하기 위해 오랜 전쟁을 벌였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많은 이야기가 흐르는 강이다.

 

 

 

 

 

 

 

 

어얼구나에서 바로 400m가량 옆에 있는 러시아국경 철조망을 따라 만저우리로 향한다. 러시아는 항상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는데, 눈앞에 두고 가지 못한다니..사뭇 아쉽다. 먼 땅을 바라보며 마음을 철조망 넘어로 던져버린다. 

 

철조망은 그 자태만으로도 의례히 긴장감을 준다. 더군다나 국경의 끝자락은 더 하다. 하지만 이곳은 오직 평온함과 넉넉함만 존재했다. 그리고 때때로 자연의 순수함과 광활함이 날 감동시켰다. 긴장감마저 여유로움으로 감싸 안는 그곳이 대초원이었다.

 

 

 

 

 

 

 

 

현지 가이드분께서 어얼구나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라며 이곳을 소개했을 때, 나지막하며 투박스러운 외관에 급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반전이다. 러시아 감성이 듬뿍 느껴지는 내부 분위기가 바로 날 매료시켰다. 또한 호텔 뒤편 정원에는 한 마리의 순록마저 뛰어 놀고 있었으니.... '风情源'이라는 호텔 명칭처럼 이곳에 정이 느껴진다.  

 

 

 

 

 

외관은 이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지막한 목조건물이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적어도 난 호텔을 평할 때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시설보다는 '감성과 스타일'이 1순위다. 비록 세련된 외관은 아니지만 호텔 내부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온화함을 지녔다.  

 

 

 

 

 

러시아의 소박함이 깃든 로비 한 편에는 이 지역 소수민족들의 사진들을 전시했다. (사진 왼편) 초원을 벗하며 척박한 환경을 개척해간 사람들은 비록 인종은 다르지만 '행복한 얼굴'을 지녔다. 그들의 아름다운 미소가 담긴 가족사진들을 보며 간접적이나마 이곳 사람들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계단과 복도도 샹젤리에, 카페트, 마블링 벽지의 고급스러움과 목재 특유의 편안함이 만났다.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이 지역의 전형적인 인테리어 양식이다. 

 

 

 

 

 

하얀 목재톤을 객실 분위기는 아늑한 느낌이다. 대초원 산림의 순백의 감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산 속의 고급별장에 온 것 같다. 침구류의 촉감도 좋았고, 배치된 가구들의 디자인도 아늑했다. 창문을 여니 소박한 소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 사이에 순록이 술래잡기하듯 뛰어 놀고 있었다. 내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그려졌다.

 

욕실은 우리나라 롯데호텔처럼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다. 대부분 중국 호텔의 어메너티는 해외체인호텔이 아닌 이상 저급품을 사용하는데 반해, 이곳은 훌륭하지 않아도 일제를 쓴다. 

 

 

 

 

 

저녁만찬은 한족 음식이 아닌 초원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러시아와 몽골음식들이 선보인다. 빵, 샐러드, 양고기, 돼지고기, 생선구이 등이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이 서로의 맛을 뽐내기라도 하듯 다양하다. 중국음식의 고혹자인 향신료도 거의 들어가지 않아 담백한 미각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입맛 잘 맞는다. 

 

중국여행을 하다보면 가장 적응이 힘든 것이 음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선 최소한 음식에 대한 고민을 시원하게 날릴 수 있다.

 

 

 

 

 

이 호텔의 옥에 티는 아침식사다. 만족스러웠던 저녁식사 덕분에 아침식사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향신료가 강한 중국야채들을 중심으로 핑거 뷔페 수준으로 제공되니 계란과 죽 빼고 먹을 것이 사실상 없다. 몇몇은 편의점에서 차라리 중국라면을 사먹었으니....

 

 

  ●  info  호텔에 관한 정보 |        호텔이 개관한지 얼마 안되어서 홈페이지 및 정보가 중국 인터넷에서도 아직 없다. 호텔은 시외곽에 있는데 버스는 안다니는 것 같았다. 어얼구나시가 도시가 크지 않으니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아니면 하싸르광장에서 동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오른편 큰 길로 도보로 15분 걷다보면 조그마한 러시아정교회가 보이고 바로 맞은 편이다.   

 

 

 

 소소한 자랑

본 포스팅은 이지데이 베스트칼럼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본 여행기는 한국중국여행사&레드팡닷컴의 팸투어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레드팡닷컴&고딱지 www.redp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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