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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특집] 일본북부 마을여행

[일본 후쿠시마현 아이즈] 전통이 감도는 무사의 도시, 아이즈와카마쓰 會津若松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여행기

 

인구 13만 명의 아이즈지방의 중심도시로 1868년부터 2년간 일본열도의 마지막 내전인 보신전쟁 비극의 무대였다. 고향을 지키기 위해 청년들이 목숨을 바쳤다.

오우치주쿠라는 에도시대의 거대한 숙박마을이 있던 것처럼 과거 현 후쿠시마에서 가장 번성했던 지역이였지만, 신칸센 등의 교통의 발달은 상업의 중심을 아이즈지방에서 고리야마 인근으로 옮겨놓았다. 예로부터 쌀과 물이 좋아, 온천과 사케로 유명했다. 또한 JR고노센과 함께 도호쿠지역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는 3개의 철도노선 (JR반에츠사이센, JR타다미센, 아이즈철도)의 중심지여서 일본철도매니아들에게 손꼽히는 기차여행지역이다. 

 

 

JR아이즈와카마쓰역 JR會津若松駅      아이즈지방의 교통의 요지. 2층 평범한 시멘트역에 입구만 전통 건축양식으로 장식했는데도 아이즈의 전통이 살아난다. 역 앞에는 도시를 상징하는 3가지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JR반에츠사이센의 명물열차인 SL반에츠모노카타리를 상징하는 SL열차바퀴, 열차바퀴 뒷편에 아이즈를 지키고 떠나간 소년병 백호대원의 동상(사진으로 잘 안 보인다.) 그리고, 입구 앞에는 아이즈의 공식마스코트인 아카베가 있다.

 

 

 

아카베       아이즈지방의 마스코트. 아주 먼 옛날 사찰건립을 위해 목재를 운반하던 도중 큰 무리의 소들이 나타나 도와주었다. 다른 소들이 극한 노동으로 쓰러져갈 때 마지막까지 남은 소가 빨간 소였다고 한다. 이후로 행운과 근면을 상징하게 되었다. 아이즈지방 열차는 JR이나 사철 할 것이 없이 대부분 아카베를 랩핑해놓았다.

 

 

 

역전은 여느 일본 소도시와 비슷한 분위기다. 일본 경제의 상징인 백화점이 폐점하는 등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후쿠시마 원전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래서 여행자 입장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저렴하게 료칸을 즐길 수 있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역 주변엔 관광요소가 없다. 주유패스1일프리승차권(500円)이나 아이즈 구룻토 카드(2,300円, 하단 정보 참고)를 구매 후 주유버스를 타고 나누카마치로 향하자.

 

 

 

 

 

 

 

 

 

JR나누카마치역 JR七日町驛       JR타다미센只見線의 무인역사. 대합실의 일부가 驛CAFE로 꾸며져 있어 열차매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카페에서는 음료 판매는 물론 기차역 업무와 관광안내소 역할까지 멀티플레이로 하고 있다. 무인역을 카페로 활용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우리나라에도 선보였으면 좋겠다. 역전은 아이즈 지방 최대(?) 규모의 공방카페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JR타다미센只見線       아이즈와카마츠에서 니가타현의 산골마을까지 이어지는 타다미지방을 왕복하는 로컬선이다. 뜸한 운행, 키하 40계의 노후차량 (직각좌석), 전선무인역(타다미역 제외), 전광판이나 자동안내방송없음(승무원의 구두 안내방송) 등 열차선진국 일본에서 더 이상 보기 힘든 열악한 노선이다. 그런 단점들이 오히려 옛 향수를 자극하며 타다미강의 비경을 달려 열차매니아들이 사랑하는 노선이다. 타다미지방은 혼슈 최대 폭설지역이다. 폭설로 국도가 단절될 경우 주민고립을 막기 위해 폐선위기를 딛고 1일 3~4회 운행을 살려 놨다.

 

 

 

 

 

나누카마치七日町       다이쇼, 쇼와시대 지어진 예스러운 건물들이 보존된 감성이 깃든 카페거리. 낡은 건물들은 고색창연한 감성을 입고 카페와 민예품상점이 되었다. 사이사이로 신사와 사찰들이 숨박꼭질하듯 숨어있어 전통의 아름다움을 조심스레 뽐낸다. 낡은 거리 위로 고요히 감성이 내린다. 난 평소 접해왔던 전개가 느린 일본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을 밟아 간다. 점점 더 또렷하게 발자국들을 남기고 또 남긴다. 그 흔적을 살며시 덮어주는 눈처럼 아름다운 설경이 외로운 여행자의 혹독한 추위를 덮어주었다. 따스한 블렌딩이 갈망되었지만 마음과 달리 발걸음은 라멘의 뜨거운 육수를 향하고 있었다.

 

   info    나누카마치 끝자락과 연결된 「노구치 히데요 청춘거리」도 이쁜 거리를 탐닉한다면 여행해 볼 만 하다. 노구치 박사野口英世가 젊은 시절 다니던 거리로 노구치 박사 기념관인 청춘관이 있다. 이곳에서 좀 더 걸으면 미야이즈미宮泉라는 사케회사에서 운영하는 「아이즈주조역사관」이 나온다. 사케와 소유라멘의 고장 키타카타에 갈 계획이 없다면, 사케시음의 아쉬움을 이곳에서 달랠 수 있다. 추운 지방인 만큼 도수가 쎈 편이니 무료라고 자꾸 마시면 취한 산타할아버지가 된다.


 

 

 

 

 

쓰루가성鶴ケ城     공식적인 명칭은 와카마쓰성若松城이지만 이름처럼 두루미(쓰루가)를 닮았다하여 현지인들은 쓰루가성이라고 부른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조로운 우아함이 매력이다. 그래서 날아갈 것 같다. 특히 설경과의 조우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름다움과 달리 성의 역사는 슬프다.

 
19세기 말 일본 열도는 막부와 왕권이 대립중이었다. 실질적 통치권력이던 도쿠카와 막부의 무능부패에 메이지신정부는 왕에게 통치권을 반환토록 요구한다. 이로써 일본 남부지방을 기반으로 한 존왕파 메이지신정부군과 일본 중북부를 기반으로 한 친에도막부세력간의 내전에 휩싸인다. 메이지신정부군이 지속된 승리를 이끌고 에도까지 점령하게 되자 막부군의 기반이었던 도호쿠지역까지 전쟁터가 되었다. 결국 아이즈지방은 보신전쟁의 치열한 전쟁터가 된다.

 

15~17세의 젊은 청년들은 백호대를 조직해 신정부군으로부터 고향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지만, 300여명의 백호대원들은 희생되었고 난공불략의 요새로 불리던 쓰루가성도 결국 함락되었다. 살아남은 20명의 백호대 청년들은 이이모리야마에서 불타는 성을 바라보며 할복자살한다. 이중 한명이 극적으로 살아남아 비극을 후세에 전달했다.

 

열도의 마지막 내전은 메이지신정부군의 승리로 끝난다. 병력은 메이지신정부보다 막부정권이 우세했다고 하니 패배의 원인은 무능부패였던 것!!! 메이지신정부군는 메이지유신을 통해 일본을 제국화 한 후 아시아열도까지 통합코자 했다. 이런 역사 속에 우리 귀에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메이지신정부군의 중심이었던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모델), 이토 히로부미다.

 

메이지신정부는 아이즈지방이 막부세력의 중심에 있었다하여 괘씸죄(?)로 쓰루가성을 철거했다. 그러다가 1965년 최근에 와서야 시민들의 열망으로 옛 모습대로 복원했다. 쓰루가성에선 해마다 백호대원들의 슬픈 영혼을 달래기 위한 위령제가 열린다.

 

 

 

츠루가성 린가꾸麟閣     츠루가성 정원에는 일본의 여느 성처럼 다도를 즐길 수 있는 다도관이 마련되어 있다. 사견으로 다도는 정원이 아름다운 린 아래 소개할 오야쿠엔이 좋지 않을까? 

 

 

 

오야쿠엔御藥園       옛 약초밭을 아이즈번주의 별장정원으로 조성했다. 현재도 약 400여종의 약초가 심어져있고, 17세기에는 조선인삼도 재배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간 한중일의 명원들을 봐온 지라 웬만한 정원은 눈에 차지 않아 입장을 망설이다가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마치 도화지가 촉촉이 젖어 있는 살아있는 수채화같은 설경이 내 마음을 훔쳤다. 이토록 아름다운 설경과 한파에 따스한 차 한 잔은 자연스러운 갈망이다. 다도공간에 들어가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음미했다. 아마 이 순간 히가시야마온천에서의 하룻밤과 함께 난 가장 행복했었다.

 

 


아이즈부케야시키会津武家屋敷     아이즈 출신 무사집안인 사이고西郷가문의 대저택을 복원했다. 일본 유도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이고 지로西郷四郎의 가문으로 그의 흔적도 남아있다.

 

약 2만평의 넓은 대지에 대저택을 비롯하여 상점, 공방, 다실, 음식점, 신사, 역사관, 체험관, 미술관이 있을 만큼 도호쿠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사저택이다. 대저택에 들어서니  당시 무사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대저택의 호화로움보다는 엄격한 공기가 집안에서 느껴졌다. 삐걱거리는 가옥을 걸으며 아름다운 정원의 설경을 조망하니 엄숙함 속에 핀 무사들의 기품이 느껴졌다.

대저택에 나오면 사이고 집안들의 유품들이 전시된 역사관과 미술관도 만날 수 있다. 엄숙함과 달리 소장품들은 화려했다. 더불어 850円의 입장료도 화려했다.

 

 

 

 

 

 

이이모리야마 飯盛山       메이지신정부군으로부터 고향을 지키기 위해 청년백호대원들이 할복자결한 비극의 무대다. 그들은 이곳에 서서 불타오르는 쓰루가성을 바라보며 할복자살을 단행했다. 자결한 20명의 대원중 한 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19개의백호대묘소를 안치했다. 이들의 희생정신은 추후 사무라이정신의 귀감이 되어 추앙받아 교과서는 물론 TV드라마나 소설의 단골소재가 되었다. 그리고 일본수학여행의 단골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 초등학생들이 오사카성은 몰라도 쓰루가성은 안다고 한다. ㅎㅎㅎㅎ)

 

제국주의 시절 백호대정신은 청년들의 목숨을 담보로한 자살폭탄비행기인 카미카제특공대와 인간어뢰 카이덴으로 이어졌다. 동맹국이었던 이태리에서도 백호대 정신을 기리며 이곳에「위령탑」을 기증했다. 한창 꽃 필 나이에 권력을 위해 무조건 목숨을 희생해야 했던 제국주의 시절은 너무 냉철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인 자료들은「백호대기념관」에서 접할 수 있다.

 

바로 아래 「사자에도さざえ堂」는 에도시대에 지어진 불당으로 국가중요문화재에 등재되었다. 나선형으로 생겨 올라오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달라 불가사의(?)하다고 하지만 중요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더덕더덕 판자를 붙여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더 불가사의하다. (짧게나마 에도시대 판자촌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히가시야마온천 東山溫泉       후쿠시마현은 유출량이 좋아 어디를 파더라도 온천이 된다고 할 만큼 온천이 많다. 히가시야마온천은 유카와湯川를 따라 20여개의 료칸과 온천호텔들이 1,000년의 역사를 품었다. 유후인, 쿠로카와, 다마쓰쿠리 온천가처럼 세련됨보다는 오랜 시간 서민들과 함께한 낡고 고색창연함이 히가시야마온천만의 매력이다.

 

시설에 비해 저렴한 (10,000엔 미만) 료칸들이 많아 다른 지역에서 비싼 료칸값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여행자들에게 좋은 기회다. 분위기와 시설 면에서도 일본 유명 온천마을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시내에서 관광순환버스 탑승시 약 20분 소요되니 교통도 편하다. 

 

히가시야마온천에서 유독 고풍스러운 자태로 눈에 띄는 료칸이 있다. 히가시야마를 대표하는 고급료칸 무라이타키向瀧(위 사진들의 주인공, www.mukaitaki.com)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되었다. 카메라 한 프레임에 담기지도 않을 정도로 큰 규모다. 전통료칸이지만 다른 지역 중급료칸 가격(약 15,000円선)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노천탕이 없고, 온천시설이 너무 전통스러운 점은 옥에 티다.

 

▣ 히가시야마온천관광협회 홈페이지: www.aizu-higashiyama.com

 

 

 

히가시야마 온천마을 입구에 위치한 다케노유瀧の湯는 료칸 맞은 편 죽림에서 매일 밤 9시에 무료공연을 펼친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로비에 놀러와서 봐도 무방하다.

 

 

 

료칸에 여정을 풀고 온천과 가이세키요리를 즐긴 후 히가시야마 온천마을의 밤을 거닐었다. 불빛 하나 없이 적막스러운 밤은 약간 무서운 느낌도 들었지만 온천향을 홀로 산책하는 묘미도 솔솔했다.

 

 

 

료칸 하라다키原瀧의 조식은 이즈모지방 가정식을 기본으로 일식뷔페가 곁들여 졌다. 창 밖의 풍광과 진미는 절묘하게 일치했다. 수십 차례의 일본 여행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료칸에서 여정을 챙기고 나오니 설국이 따로 없었다. 소박한 설경이 오히려 장관이었다. 그때 만약 죽는다면 눈 속에 묻히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키워드 | 기차와 온천여행, 역사여행

 

 
일본홈페이지 | www.aizukanko.com

 

 교통 | 기차 - 고리야마에서 1시간 10분, 니이가타에서 1시간 30분

 

 
여행코스 | JR아이즈와카마쓰역에서 관광순환버스를 탑승해서 코스대로 돌면 된다. JR아이즈와카마쓰역 → 나누카마치☆&노구치히데오 청춘거리 → 쓰루가성★ → 오야쿠엔☆ → 아이즈부케야시키 → 히가시야마온천★ →  이이모리야마  → JR아이즈와카마쓰역

※ 관광순환버스 1Day Pass(500円) = 관광버스무제한 + 관광지할인혜택

 

여행팁

- 아이즈와카마쓰 여정의 중심은 JR아이즈와카마쓰역이 아니라 JR나누카마치역이다.

- 감성적인 식사를 원한다면 나누카마치가 대안이다.

- 열차매니아라면 아이즈지방의 기차여행을 놓치지 말자. + JR나누카마치역의 카페즐기기

- 아이즈지방은 일본 료칸이 저렴하니 하룻밤의 호사를 질러보자.

- 쓰루가성은 굳이 입장할 필요 없이 밖에서 봐도 무방할 듯...

 

아이즈 구룻토 카드 (성인 2,600円 / 어린이 1,300円)

- http://kr.samurai-city.jp/wp-content/uploads/image/gurutto_kor.pdf

- 아이즈지역의 JR(기타카타~이나와시로), 사철(아이즈와카마쓰~아이즈사카시다), 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을 2일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고, 관광지 할인 혜택이 있다. 만약 아이즈지방 철도여행이 일정에 있다면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숙소

역전 비즈니스호텔에 돈을 좀 더 보태면 히가시야마온천에서 저렴한 료칸을 즐길 수 있다. 온천마을 분위기도 자연에 묻혀 고풍스럽다. 시내에서 교통도 좋고 가까우니 아이즈와카마쓰에서의 하룻밤은 꼭 히가시야마온천이다. 


 

 

 

본 여행기는 재팬인사이드, 후쿠시마현청의 일부 경비를 협찬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