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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특집] 일본북부 마을여행

[일본 후쿠시마현 아이즈] 雪國의 아이즈철도 여행 - 키타카타 喜多方, 아이즈와카마쓰 会津若松, 미나미아이즈 南会津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여행기

 

아이즈지역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일본 동북지역에서 츠가루지역과 함께 인기 높은 기차여행지다. 이런 경관이라면 세련된 관광열차가 운행할 것 같지만, 아이즈 철도여행은 세련됨보다는 추억을 담았다. 아이러니하게 철도대국 일본이라지만 아이즈 지역은 철도 선진화의 사각지대로 남겨 두었다. 철도 초침추억에서 멈췄다. 그래서 더 정감어린 철도여정이 펼쳐진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급열차보다 낙후된 완행열차, 토롯코열차, SL증기기관차가 더 친숙하다. 마주보는 직각좌석. 냉난방 시스템의 부재, 승무원의 구두방송 아이즈의 철도는 오히려 시간을 역행했다. 이런 열악함이 추억탐닉 열차여행자들에게 친근함이 되었다. 겨울이 되면 비경을 바라보며 열차내에서 사케와 생선회를 먹을 수 있는 ほろ酔い列車를 운행하는데 항상 만석이다.

 

 

 

아이즈철도여행은 2개의 JR노선 일부(JR타다미센只見線, JR반에츠사이센JR磐越西線)와 제3섹터 아이즈철도会津鉄道가 마치 하나의 노선처럼 닛코 인근 기누가와 온천까지 운행한다. JR패스 소지자라면 아이즈철도구간은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즈 구룻토카드 (http://kr.samurai-city.jp/wp-content/uploads/image/gurutto_kor.pdf)가 있다면 아이즈지방의 JR과 아이즈철도를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 상기 노선도의 파란 네모박스가 이번 포스팅에서 여행한 역들이다.

 

▣ 아이즈철도 홈페이지 : www.aizutetsudo.jp

 

 

 

 

 

  

 

창고의 도시 그리고 라면의 도시...작은 도시에 일본을 대표하는 수식어만 2개다. 예로부터 물과 쌀이 좋아 사케, 된장, 간장이 유명했다. 인구 37,000명의 작은 마을에 창고(일본어로 쿠라蔵)가 무려 4,000개가 넘으니  '마을에 창고가 가득하다'는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40살이 되어도 창고 하나 짓지 못하면 남자로 봐주지도 않는다는 지역 속설은 창고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을 옅볼 수 있다. 중국 화교 청년들은 이 지역 최고급 간장으로 라멘을 만들었다. 현재 키타카타 간장라멘(소유라멘)은 일본 3대 라멘으로 손꼽힌다.

 

▣ 홈페이지 : www.kitakata-kanko.jp

▣ 한글관광지도 : www.kitakata-kanko.jp/pdf/korean.pdf

 

 

 

JR키타카타역 JR喜多方駅       사케의 고장답게 기차역은 이자카야에 온 듯 술통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눈 내린 플랫폼의 고요함이 날 반긴다. 역에서 나오면 관광마차가 환영하지만, 비싸기도 하고 도시가 넓지 않으니 탈 필요는 없다. 

 

 

 


후레아이도리 ふれあい通り (中央通り)       후레아이도리는 키타카타의 중심도로로 최대 창고 번화가(?)다. 창고에는 예로부터 이 지역 토산품인 술, 된장, 간장을 저장했다. 몇몇 창고들은 토산품 상점과 박물관이 되어, 이곳이 번화가임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경제한파 때문인지 유명한 라멘가게와 토산품점을 제외하고 많은 상점들이 영업을 중단했다. 눈을 막기 위해 설치된 아케이드가 전통가옥의 품세를 차단해서 거리의 감성마저 한파였다.

 

 

 

북방향토관 北方風土館       키타카타의 수많은 양조장 중 키타카타 쿠라노사토, 북방향토관北方風土館, 카이혼케쿠라자시키甲斐本家蔵座敷가 명성이 있다. 북방향토관은 야마토카와주조大和川酒造에서 운영하는 사케전시장으로 후레아이도리 인근에 있다. 

전시관에는 사케 주조과정과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볼거리는 사케창고다. 야마토카와에서 주조한 다양한 사케들이 큰 창고에 저장되어 있어 마치 우리나라 와인터널과 흡사하다. 사케들의 기품 넘치는 디자인들은 왠지 지름신을 강림케 한다. 관람을 마치면 사케를 구매할 수 있는 상점과 무료시음코너가 있다. 추운 지방의 사케라서 도수가 꽤 높으니 평소 술이 쎈 편이 아니라면 여행을 위해 시음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겐라이켄源來幹       옛날 중국 화교 젊은이들은 이 지역의 간장으로 라멘을 만들었다. 그중 한센세의 겐라이켄 포장마차가 유명했는데 현재 키타카타라멘의 원조로 손꼽힌다. 원조집이라면 의례히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해야 할 법인데, 인적이 드문 키타카타라서 동네 주민들이 소박한 담소를 함께 한다. 마치 시골 식당에 온 듯 친근하다. 창업자 한센세와 함께 걸어온 역사와 신문기사들, 스타들의 사인이 가게의 벽면을 모두 장식해서 원조집답다란 생각이 든다. 기다림 없이 맛본 원조라멘은 굉장히 짜고 의외로 평범했다. 소유라멘이 없었던 당시에는 분명 이색적인 맛이었겠지만....

 

 

키타카타라멘

키타카타는 소유라멘(간장라멘)의 본고장이다. 나가사키짬뽕처럼 중국 화교들이 키타카타의 특산물인 간장을 이용해 라멘을 끓인 것이 시초가 되었다. 하카다 돈고츠라멘과 삿포로 미소라멘과 함께 일본 3대라멘으로 손꼽힌다. 
소문난 라멘집은 반나이식당 坂內食堂, 마코토식당まこと食堂, 원조 겐라이켄 源來幹, 마쓰식당 松食堂이다. 이 가게들은 일본 전국에 체인점을 냈고, 인스턴트로 개발해서 편의점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일본인들에게 유명한 맛집이어도 소유라멘은 한국인의 입맛에 굉장히 짜기에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완행열차는 눈 내린 일본 시골을 정감있게 달렸다. 창 밖의 설경은 영화의 프레임처럼 날 설레이게 했다. 30분 후, 아이즈와카마쓰에 도착한다.

 

 

 

 

 

  

 

인구 13만 명의 아이즈지방 중심도시. 도호쿠지역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는 3개의 철도노선 (JR반에츠사이센, JR타다미센, 아이즈철도)의 중심지이기도 해서 아이즈여행의 거점이 된다. 1868년부터 2년간 일본열도의 마지막 내전인 보신전쟁 비극의 무대였다. 고향을 지키기 위해 청년들이 백호대라는 군대를 조직해 목숨을 바친 일화는 일본국민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드라마와 소설의 단골소재로 사용되었다. 백호대의 비극으로 한때 도시가 불탔지만 여전히 아이즈와카마쓰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역사를 다시 살렸다. 그리고 히가시야마온천에서의 하룻밤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다.

 

 

 

JR아이즈와카마쓰역 JR會津若松駅      아이즈지방의 교통의 요지. 2층 평범한 시멘트역에 입구만 전통 건축양식으로 장식했는데도 아이즈의 전통이 살아난다. 역 앞에는 도시를 상징하는 3가지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JR반에츠사이센의 명물열차인 SL반에츠모노카타리를 상징하는 SL열차바퀴, 열차바퀴 뒷편에 아이즈를 지키고 떠나간 소년병 백호대원의 동상(사진으로 잘 안 보인다.) 그리고, 입구 앞에는 아이즈의 공식마스코트인 아카베가 있다. 아이즈와카마쓰는 볼거리가 풍성한 편인데 역주변에는 여행스팟이 없다. 열차나 버스를 타고 인근에 위치한 JR나누카마치역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쾌속 아이즈라이너あいづライナー       아이즈라이너는 485계와 리뉴얼 485계로 운행되고 있다. 사진 속 아이즈라이너는 485계의 아카베 도색형으로 리뉴얼 485계의 등장 후 현재 임시열차로 운행중이라고 한다. (졸지에 나름대로 희귀열차가 되어 버린 것 같다.)


 

 

JR나누카마치역 JR七日町驛       JR타다미센只見線의 무인역사. 대합실의 일부가 「驛CAFE」로 꾸며져 있어 열차매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카페에서는 음료 판매는 물론 기차역 업무와 관광안내소 역할까지 멀티플레이로 하고 있다. 무인역을 카페로 활용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우리나라에도 선보였으면 좋겠다. 역전은 아이즈 지방 최대(?) 규모의 공방카페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JR타다미센只見線       아이즈와카마츠에서 니가타현의 산골마을까지 이어지는 타다미지방을 왕복하는 로컬선이다. 뜸한 운행, 키하 40계의 노후차량 (직각좌석), 전선무인역(타다미역 제외), 전광판이나 자동안내방송없음(승무원의 구두 안내방송) 등 열차선진국 일본에서 더 이상 보기 힘든 열악한 노선이다. 그런 단점들이 오히려 옛 향수를 자극하며 타다미강의 비경을 달려 열차매니아들이 사랑하는 노선이다. 타다미지방은 혼슈 최대 폭설지역이다. 폭설로 국도가 단절될 경우 주민고립을 막기 위해 폐선위기를 딛고 1일 3~4회 운행을 살려 놨다.

 

 

 

 

 

나누카마치七日町는 다이쇼, 쇼와시대 지어진 예스러운 건물들이 보존된 감성이 깃든 카페거리다. 낡은 건물들은 고색창연한 감성을 입고 카페와 민예품상점이 되었다. 나누카마치의 끝자락에 1,000円의 주인공인 의학자 노구치 히데요가 젊은 시절 거닐던 거리와 기념관이 조성되어 있다.

 

두루미를 닮은 쓰루가성鶴ケ城은 아이즈와카마쓰의 상징이다. 일본 열도 마지막 전쟁의 비극을 담았다. 당시 고향을 지키기 위해 10대 청년들이 백호대를 조직해서 메이지신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가 대부분 사망했고, 살아남은 20명의 대원이 인근 산(이이모리야마)에서 불타는 쓰루가성을 바라보며 전원 할복했다. 이중 1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비극적 역사를 후세에 전하게 되었다.

 

쓰루가성 주변에는 아이즈를 지배하던 번주의 화려했던 역사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번주의 집은 도호쿠 최대규모 무사저택박물관(아이즈부케야시키会津武家屋敷)이 되었고, 번주의 정원은 오야쿠엔御藥園이 되었다. 정원과 저택의 규모와 가문의 유물들만 봐도 막부시절 아이즈번의 위상이 대단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이즈와카마쓰의 상세한 포스팅은 아래 별도로 포스팅해두었으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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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와카마쓰에서 미나미아이즈로 향하는 길은 평야지대를 달리더니 어느새 촉촉함이 살아있는 수려한 풍광을 보여준다. 미나미아이즈에 들어오면 어느새 협곡들이 장관을 그려낸다.

 

 

 

  

에도시대 거대한 숙박마을이었던 오우치주쿠. 이 지역은 에도로 향하는 관문으로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교통의 요지였다. 험한 산세에 위치했던 탓에 신칸센의 발달에서 열외되었다. 후쿠시마 상업의 중심은 아이즈지방에서 고리야마로 옮겨졌다. 하지만 불편해진 교통은 천혜의 전통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미나미아이즈는 마치 시간을 돌린 듯 순백의 자연 속에 살아있는 전통이 여행자를 반하게 한다. 마을에는 여전히 에도시대부터 운영해오던 민숙들이 남아있어 정감있다. 하늘연못의 20여 차례의 일본여행중 베스트5 안에는 충분히 들어갈 것이다.

 

 

 

유노카미온천역 湯野上温泉駅 ★      아이즈와카마쓰에서 아이즈철도로 약 40분 기차는 아름다운 간이역에 도착한다. 1932년생 유노카미온천역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붕 위에 모즙나무를 올려 오우치주쿠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반영했다. 주민들의 말을 빌리자면 후쿠시마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이라고 한다. 소박한 간이역 설경이 어찌나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지.... 행복은 이런 시간 속에 머무나보다. 내가 만약 작가나 감독이었다면 이 역을 꼭 욕심냈을 것 같다.

 

역사내부는 마치 시골할머니집에 온 느낌이다. 토산품 매점이 있고, 이로리(일본전통화로)와 함께 독서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열차탑승이 아니더라도 감성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두었다.

 

 

 

유노카미온천마을 湯野上温泉 ★       유노카미온천은 마을을 형성했다기보다 자연 속에 띄엄띄엄 민숙과 온천호텔들이 묻혀져 있다. 주변 경관은 설국 아니 천국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민숙이 많아 서민적인 향취를 옛 모습 그대로 고요히 느낄 수 있다. 당일온천은 대부분 1회 500円이다. 여러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온천자유이용권(入湯手形, 뉴토테가타, 1000円에 3곳 이용)이 합리적이다. 뉴토테가타는 전통인형으로 만들어져 있어 기념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아이즈지방에서의 느긋한 여정이라면 히가시야마온천과 함께 좋은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 유노카미온천 홈페이지 : yunokamionsen.gr.jp

 

 

 

유노카미온천역에서 오우치주쿠로 향하는 산길도 잊지 못할 설국이었다. 

 

 

 

오우치주쿠 大內宿 ★       지금은 신칸센 등의 교통발달로 고리야마가 간토와 도호쿠를 잇는 가교지만, 에도시대에는 아이즈지방이 도호쿠와 간토의 길목이었다. 오우치주쿠는 명칭처럼 에도시대에 건립된 대규모 숙박촌으로 도호쿠지역 번주들이 에도의 막부회의를 가다가 이 곳에 머물렀다. 노란 색조로 통일된 40여채의 전통목조가옥들은 눈비가 많은 자연 탓에 육중한 모즙나무 지붕을 엎고 있다. 마치 카나자와의 시라카와코와 흡사한 감성이다. 마을 전체가 국가중요 전통건축물보존지구로 선정되었다.

 

불편한 교통편이 오히려 전통을 영위할 수 있게 했듯, 교통편은 여전히 불편하다. 대중교통은 전혀 없고 유노카미온센역에서 택시를 타고 15분 소요(편도 2,000円)된다. 만약 택시비가 아깝다면 인적이 드믄 산을 1시간 동안 걸어야 한다. 하지만 겨울이라면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오우치주쿠 미사와야 三澤屋 ★        오우치주쿠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네기소바ねぎそば(=타카토우소바 高遠そば)다. 네기란 파를 의미하는데 창업자 미사와 사장님이 젓가락 대신 대파로 소바를 먹는 게 재미있어서 고안한 것이 마을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먹다가 입안이 심심하면 대파도 한입 베어 먹는다지만 실제로 너무 매워서 먹진 못한다. 일본 전통화로 이로리에 구워먹는 산천어와 은어구이는 또 다른 별미. 감성, 미각을 모두 마음에 쏘옥 든다. (내 생애 최고의 소바였다며.....) /홈페이지 www.misawaya.jp 대표메뉴 다카토오소바 高遠そば 1,050円, 산천어와 은어구이 1마리당 525円

 

 

 

오우치주쿠 뒷동산에 올라 설국을 바라보았다. 겨울바람과 함께 미세한 감동이 지금 여기 머문다. 

 

 

 

 

 

본 여행기는 코레일기자단 4기, 여행잡지 트레비, 일본관광국JNTO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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