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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특집] 마을산책의 로망

[경기 평택여행] 송탄 평택국제중앙시장 - 전철타고 가볍게 떠나는 미국여행 / 하늘연못


송탄(2012년도에 평택과 통합되었다.)은 '경기도의 이태원'으로 불린다. 1950년 미 공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미군들을 위한 인프라가 자연스레 조성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 속에 미국문화가 스며들며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 국제시장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젠 송탄과 미군부대는 한 가족같은 느낌이다. 


국제시장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가려고 마음 먹었던 적은 없었다. 서울에서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거리가 언제나 이태원이다. 학창시절 학교가는 길에 이태원을 거쳤지만 단 한번도 간 기억이 없다. 그곳에 가면 왠지 내가 이방인이 된 듯 한 느낌이 싫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지만 늦은밤까지 이어지는 파티, 클럽문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난 정적인 사람인지라 빨리빨리 뭔가가 움직이는 것은 뇌가 감당을 못한다. 


그런데!!! 국제시장에 왜 갔냐고?? 배고파서 갔다. 내 지갑 속 세종대왕 초상화 한 장은 오직 햄버거 하나만 허락해주셨고, 이 곳 햄버거가 그리 유명하다길래 함 먹어볼라꼬~ 







지하철타고 송탄역에 내려서 외국인들만 졸졸 따라가면 평택국제중앙시장이 나온다. 송탄역은 대한민국 기차역중 미국인이 가장 많은 역일 것이다. 송탄역에 내리던 순간 진심 LA에 온 줄 알았다. 

그런데 대부분 미국인들은 돈이 많으니 택시를 탈 것이다. 그래도 걱정말라 우리 손 안에는 무적의 뇌이버지도가 있지 않은가!!! 대략 15분 정도 걷다보면 평택국제시장이 나온다.






지도를 보니 가게들만 빽~빽~하게 보인다. 지금까지 이 공간이 어떻게 한국역사와 함께 성장하고 존재했는지 지도만 보아도 느낌이 온다. 동시에 마음 한 켠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정말 지도답지 않은 지도구나...

 

지도를 아무리 봐도 이 거리처럼 이해불가다. 오히려 혼돈스럽다. 동선파악 따윈 던져버리고 발꼬락의 감각에 의존하며 무작정 걷는다. 걷다보면 햄버거 가게 하나 나오겠지.... 방황할수록 이 거리는 '판정불가'다. 그 점이 매력일 것이다. 







단적인 사례로 위 두 사진을 비교해보면 위 사진은 우리나라 재래 상점가의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미국 뒷골목을 연상시킨다. 미군부대에 가까워질 수록 그라데이션처럼 미국골목 감성이다. 간판만 봐도 그런 느낌이다. 그렇게 시장은 한국과 미국이 공존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터키, 동남아 등 다국적 상점들이 혼돈스럽게 공존중이었다. 햇님이 추락하면 평택 국제중앙시장의 본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노천카페와 펍문화가 기지개를 핀다. 느즈막한 저녁은 열기를 채우기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다. 






▷ 보석을 안파는 보숙나라. 이럴거면 보석나(와)라로 하지... 뒷집 가게 이름도 매력적이다. 리틀빅~ 한글로 번역하면 작은 대? 짜장면 없는 중국집, 장미 없는 꽃집..뭐 이런건가?







군복하면 떠오르는 자연스레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예전 친구와 중국여행을 가서 시선집중당한 적이 있었다. 제대한지 얼마 안된 친구는 익숙함이 최고라며 군복바지를 입고 중국 갔다 ㅡ.ㅡ;;;; 당시 우리나라에서 밀리터리룩이 유행해서 남녀 불문 전국민이 군인이었던 적이 있었다. 


최고의 밀리터리룩은 이태원룩이었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암튼 그 친구 덕분에 호기심 많은 중국인들이 자꾸 말을 걸어 중국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며 (굳이 안나눠도 되었지만) 당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와 소매치기가 유행이었는데, 그런 문제에서 안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명동거리에 중국여행자가 인민복입고 돌아다니면 우리 역시 호기심으로 볼 것이다. (요새 중국인들은 인민복이 아니라 뽀이런던 정도는 입어준다.)

 





▷ 오래된 골목골목 사이로 감성이 하나 둘 씩 꽃 피기 시작한 듯 하다. (감성으로 마감하려면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할 듯...)






미국에 대한 동경을 처음으로 깨뜨려준 LA가 자꾸 떠올랐다. 미국은 선진국이라길래 전철이 고속철도처럼 다니고, 사람들도 링컨대통령 타고 다니는 줄 알았지...그때 헐~~~~ 했던 기억이....

그래서 헐~~~ 리우드~ 다. 





▷ 본래 가려던 미스코리아진햄버거가 아닌 미스진햄버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휴무일!!!! 






이곳도 제법 유명한 로키버거~. 

외국인들이 많다보니 한국토종음식보다 햄버거, 피자 등 웨스턴음식점들이 주를 이룬다. 그중 가장 간편히 먹을 수 있는 햄버거는 평택 국제중앙시장의 명물이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딜 가나 미군부대 인근 대표 먹거리는 햄버거더라. 햄버거는 웨스턴 패스트푸드의 황태자 아닌가!!! 피자 너 무릎꿇어!!!







결국 내가 간 곳은 송두학 사장의 송쓰버거다. 젊은 청년이 큰 규모의 국제시장 상인회장까지 하는 걸 보면, 국제시장에서 용난 사례다. 추측컨데 미디어에 가장 많이 소개된 가게일 것이다. 좁은 거리를 마주하고 송두학버거, 송쓰버거 두 가게가 있다. 처음에는 송쓰버거가 잘되니까 유사업체가 생겼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동일가게란다. 송쓰버거에서 주문하면 송두학버거에서 조리해서 가져다준다. 왜 그렇게 하나 봤더니 만들어 놓은 햄버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하면 즉시 조리해서 제공하는데, 송쓰버거의 공간이 좁고, 연기때문에 손님들의 쾌적함을 위해 별도로 운영한다고 한다.






햄버거가 포장된 쿠킹호일은 이젠 자체로도 명물이란다. 쿠킹호일에 열이 가해지면 유해성분이 나온다는 것은 주부1단이어도 안다. 그런데 포장된 쿠킹호일은 유해성분보다는 추억이 스며나왔다. 어린 시절 어머님이 해주신 햄버거가 저런 모양새였다. 갓 구워진 두툼하고 부드러운 고기, 반숙 감성의 계란, 뱃살 변신 소스와 가볍게 녹은 치즈의 하모니가 매력이다. 잠자던 머리털이 춤 줄 정도의 맛은 아니었지만, 한 두번 경험 삼아 즐겨볼 맛은 된다.







송쓰버거 뒤편으로 철길이 눈에 들어온다. 군산 철길마을처럼 폐철길이라 생각했지만, 1주일에 딱 한 번 좁은 건물 사이로 미군부대행 물자공급 열차가 지나간다고 한다. 정말?? 궁금하다. 




평택국제시장은 미국은 물론 다국적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 매력이었다. 시장 자체가 정돈되어 있지 않아 혼재된 모습은 오히려 꾸밈없이 솔직한 느낌이었다. 좁은 골목에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여 오래도록 모진 생활을 영위해간 땀냄새가 느껴진다. 용산 미군부대가 이곳과 통합되면서 투자지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리 정비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곳도 점점 이태원을 닮아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