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일본 ■■■/[특집] 일본남부 마을여행

[일본 나가사키현 대마도] 함박 눈 내리던 바다마을, 이즈하라 (嚴原) /하늘연못의 일본마을여행기








지금이야 비행기와 훼리 등 한일 양국간의 교류가 활발하지만, 불과 2세기 전만해도 조선과 일본의 교류는 많지 않았다. 

조선과 지리적으로 가까웠던 대마도는 대륙을 향한 외교전초기지였다. 그래서 대조선 외교부가 대마도에 설치되었다.

대마도는 대륙을 향한 관문이었기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호의 장소가 되기도 했고, 비극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대마도는 일본의 그 어떤 지역보다 우리나라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대마도는 조선통신사 등 선조들의 추억이 유독 짙다.

 


눈이 펑펑 내리는 시골마을의 향취는 마을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평범한 어촌 마을에 펑펑 내리는 눈은 평범했을 여행을 영화로 만든다.

조용한 바다 위로 살며시 떨어지는 눈.... 그 바다 건너편에 조선에서 온 선조들을 반겨주던 사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조선시대 말기 일본인들은 이 사찰에서 조선통신사들의 환영을 준비했다. 1590년 일본과 조선을 중개하던 현소스님이 조선통신사를 머물게 한 것이 계기가 되어 1611년부터는 조선 외교실무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도쿠카와 신막부 정권은 조선외교를 쓰시마번주에게 직접 관할하게 했으니.... 세이잔지의 대조선 임무는 막중해졌다. 조선통신사로 이곳에 왔다가 의병활동 중 병사한 김성일 선생의 시비도 이곳에 있다.

소박한 사찰이지만 바다가 보이는 경내정원에 눈이 내리니, 그 모습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었다. 현재 대마도 유일의 유스호스텔쓰이고 있다. 나에게 다시 한 번 이즈하라 여정의 기회가 닿는다면, 옛 선조들의 열망과 바다마을의 소박함을 가슴에 품고 하룻밤을 꿈꾸고 싶다. 





 


대마도는 예로부터 일본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관문이었기에 외교와 군사적 요충지였다. 지금은 대부분 훼손되었지만 그만큼 대마도는 외교와 전쟁을 위한 성들이 많이 축조되었다. 카네이시성은 쓰시마번주 소(宗)가문의 거처로 조선통신사의 환대가 이루어 졌다. 하지만 대부분 사라져 현재 복원중이다. 성의 대문이었던 야쿠라문(櫓門), 카네이시정원, 조선통신사비 그리고 덕혜옹주의 결혼 봉축비가 복원되었다.


조선시대 마지막 황녀였던 덕혜옹주는 다른 조선 황손처럼 정치적 외압으로 드라마틱하게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그녀는 조선황실에 일본핏줄을 섞기 위한 일본의 계략에 의해 다른 조선황손들처럼 대마도 번주의 아들인 다케유키 백작과 정략결혼한다. 원치 않는 결혼이었지만 그녀는 평범한 아내와 엄마로써의 삶을 원했다. 소박한 희망 조차 허용하지 못했던 불운한 시대는 그녀를 파라 만장한 비극으로 인도했다.

대마도에 거주하던 조선인들이 결혼을 축복하며 건립했지만 1955년 그녀의 정신질환으로 이혼 당하자 주민들에 의해 버려졌다. 2001년 다시 주민들은 그녀의 삶을 축복코자 봉축비를 다시 건립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느티나무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kwwoolim/100151325367)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 TIP -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카네이시정원을 입장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입장료 300円)







대마도의 초대번주였던 소 요시토시를 필두로 한 소가문의 묘소. 반쇼인은 요시토시의 법호에서 명명되었다. 가문에 의해 관리가 잘 되어 현재 대마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남아있다. 내부에는 소 가문의 유물들을 볼 수 있고, 계단을 오르면 일본 귀족들의 전형적인 가묘들을 볼 수 있다.






반쇼인에서 카네이시성벽을 따라 내려오는 짧은 길은 연인의 손을 잡고 걷고 싶었다.







카네이이성터 주변으로 외성 역할을 하던 청수산성의 벽이 일부 남아있다. 그 벽을 따라 오르면 조선통신사의 흔적이 깊이 베인 조선국통신사지비, 고려문, 대마도 역사민속자료관이 있다.

조선통신사는 1607~1811년까지 12회에 걸쳐 매회 약 500명씩 사절단을 보내던 조선 일본 양국 최대의 교류행사였다. 반조선성향의 도요토미 막부 시절에는 양국을 서로 견제할 목적으로 보내졌지만 임진왜란 실패 후 새로 일본을 장악한 도쿠가와 신막부는 조선과 일본의 우호관계를 다지며 청나라를 함께 견제하기 위해 보내졌다.





조선통신사가 이 문으로 들어왔다 하여 영은문에서 고려문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고려문 바로 맞은편에는 1992년 2월 우리나라에서 세운 조선통신사비가 세워져 있다. 나라를 위해 일하신 옛 선조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존의를 표했다.





조선통신사비 바로 옆에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자료를 모아둔 대마도 민속문화자료관이 있다. 조선통신사 행렬도와 조선을 사랑했던 아메노모리 호슈의 초상화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작은 규모와 적은 자료는 아쉽다. (유심히 봐도 5분이 안 걸린다.)







일본 덴노가인 신공황후를 모시는 신사다. 신공황후가 삼한을 정벌했다 하여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으니 우리나라와는 악연이다. 하지만 이 신사가 유명한 것은 신공황후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른 팔이자 임진왜란의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딸 마리아에 대한 비극적인 사랑이다.

마리아는 아버님의 뜻에 따라 쓰시마번주(소 요시토시)와 결혼한다. 하지만 정치투쟁이 그렇듯 아버지 유키나가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해당하자 참수형을 당한다. 쓰시마번주는 주민들과 부인을 지키기 위해 강제이혼 후 그녀를 나가사키로 보낸다. 하지만 부부는 죽을 때까지 서로 만날 수 없었다. 훗날 대마도 주민들은 권력투쟁에 의해 희생된 그녀를 위해 하치만구에 마리아신사를 만들었다.







백제출신의 법묘스님이 창건했으니 뿌리부터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더 의미 깊은 이유는 최익현 선생님 순국비가 있기 때문. 최익현 선생님은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전국 유생들을 모아 국권회복을 외치며 항일구국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일본군에 체포되어 대마도로 유배 왔지만 일본음식은 먹을 수 없다하여 아사로 순직했다. 시신은 부산으로 돌아가기 전 이곳 스이젠지에 5일간 모셔졌다. 자신을 희생한 훌륭한 선조가 있었기에 지금 나는 한국인으로 이 자리에 서 있겠지....  존의를 표한다. 


▣ 최익현선생님 네이버 캐스트 링크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3966






도심이라는 단어가 역설스러운 시골감성으로 풍만한 이즈하라 시내. (그래도 이즈하라는 대마도 최대 도시!!)




토마레!!!! 여유로운 산책은 뒷골목 정취에 발걸음을 멈춘다. 






 

시골은 평범한 도시적 아이콘이 생기면 바로 명소가 된다. 도시 역시 시골의 아이콘이 생기면 명소가 된다. 그렇게 도시와 시골은 서로 닮아가는 것 같다. 일본에서 흔해 빠진 <모스버거>를 이즈하라의 명소로 만든 대마도 최대(???!!!)의 쇼핑타운이다. 한일고속선을 이용한 당일치기 여행상품이 늘자 대마도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이 티아라 쇼핑몰일 것이다. 
먹거리 스팟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즈하라기에 한국인 매출이 일본 최고인 모스버거도 만날 수 있다. (모스버거가 이즈하라 맛집스팟으로 거론되다니!!!)


▣ TIP - 쇼핑몰 1층에 중형(?) 마트가 있다. 일본라멘, 즉석미소시루, 일본벤토 등 다양한 일본 먹거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돈 한 푼 아끼거나 한국인으로 가득한 모스버거에 자리가 없는 이들은 여기 마트를 공략하자.



 

 

 

소소한 마을산책을 마치니 부산 복귀까지 2시간이 남는다. 때마침 티아라 쇼핑몰 5층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창 밖에는 조심스레 눈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내리는 눈처럼 감각적이었다.



 

 

▣ 여행정보| 대마도 부산사무소 www.tsushima-busan.or.kr

▣ 
여행키워드 | 조선통신사 흔적을 찾기, 소박한 어촌마을 여행
대마도 최대 도시라고 해도 이즈하라는 두 발만 있으면 시내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는 어촌마을이다. 비쥬얼적인 임팩트가 강한 볼거리는 없지만 선조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고, 바다와 어우러진 마을 자체가 아담한게 이쁘다.

▣ MUST | 이즈하라 마을에서 선조들의 흔적을 느끼기 ★★★★

교통  | 대마도 버스 1일권 (1,000円) - 히타가쓰~이즈하라 구간을 이동하는데 가장 효율적이다. 하지만 버스가 하루에 4편 밖에 없다.
               상세정보와 버스시간표는 대마도 부산사무소 (www.tsushima-busan.or.kr) 참고

 
숙박 |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거처하던 사찰을 호스텔로 개조한 세이잔지 유스호스텔을 추천한다.
              이즈하라의 호텔은 비싼 편이니 관광안내소에서 민숙을 알아보도록 하자. (약 1인당 4,000円)







[한일고속선] 코비 부산 - 대마도 이즈하라 승선기 /하늘연못in코비체험단

http://ponds.tistory.com/285


금번 여행기는 한일고속선 코비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감사!!)

 

 

 

 

 

 

 

 

 

 

 

'■■■ 일본 ■■■ > [특집] 일본남부 마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돗토리현 돗토리] 바람의 작품들. 돗토리 鳥取 (사구, 우라도메해안)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 여행기  (2) 2013.10.07
[일본 돗토리현 요나고] 바다온천마을의 상생 미학, 가이케온천 皆生温泉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 여행기  (2) 2013.10.04
[일본 후쿠오카현 키타큐슈] 바다, 조계시절의 감성과 만나다, 모지코 레트로 門司港レトロ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 여행기  (2) 2013.08.18
[일본 오이타현 유후시] 온천과 예술을 담은 로하스 시골마을, 유후인 由布院 ① 유노츠보상점가湯の坪街道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 여행기  (0) 2012.12.08
[일본 오이타현 유후시] 온천과 예술을 담은 로하스 시골마을, 유후인 由布院 ② 긴린코 金鱗湖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 여행기  (9) 2012.11.30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 ① 마쓰에성, 시오미나와테 (야쿠모안, 부케야시키 外)/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 여행기  (0) 2012.06.15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 ② 신지코온천, 교미세상점가, JR마쓰에역(테라마치)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 여행기  (0) 2012.06.15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 ③ 마쓰에외곽 - 다마쓰쿠리온천, 유시엔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 여행기  (4) 2012.06.15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 음력 10월 신들이 모이는 마을, 이즈모타이샤 /하늘연못의 일본 소도시여행기  (0) 2012.06.15
[일본관광열차] JR큐슈 니치난센(日南線) 관광열차 우미사치야마사치 (海幸山幸) /하늘연못  (0) 2012.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