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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특집] 매혹적인 기차여행

[한국 간이역] 추억의 중앙선 간이역 ① 능내역, 석불역, 구둔역 겨울풍정 / 하늘연못의 간이역 여행



윈터홀릭... 겨울은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다. 문득 액자 속 눈 내린 마을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자연스런 미소가 띈다.

가을 그리고 겨울은 온통 낭만적이다. 하루하루를 여행으로 채워넣고 싶지만, 겨울이 성수기의 정점인 직장 탓에 그간 겨울여행의 낭만을 맛보지 못했다. 인생의 중반에 서서 과거의 겨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 내가 느낄 수 있는 겨울은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눈이 고요하게 내리던 평범한 하루, 간이역을 찾았다. 겨울의 고독함과 간이역의 쓸쓸함은 아련한 추억으로 인도할꺼라는 믿음이 있었다. 젊은 시절의 기차여행을 생각하니 경춘선과 중앙선만 떠올랐다. 흔들리던 철길 위로 달걀을 까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추억이 묻어 있고, 철길위에 홀로 창밖을 바라보던 추억도 떠오른다. 지금 이 지역을 달리는 고속철도처럼 세월은 발 빠르게 흘렀지만, 추억은 느릿느릿한 슬로우모션처럼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수려한 경관 속 6070 당일치기 기차여행의 성지

능내역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교접하는 수려한 자연 속에 숨어있다. 두개의 강이 만나 하나의 한강이 되듯,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마음을 확인하던 (느끼한) 6070 연인들의 성지였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당일치기 기차여행의 성지였다. 당시 능내역의 철길을 두 손 잡고 거닐던 연인들은 이제 꽃중년이 되어 풋풋한 추억을 그린다. (아~ 이 때 이 사람과 손 잡고 거니는 게 아니었는데....허허... 아줌마가 남편에게 말합니다. 다시 니 엄마에게 가라~)






수려한 자연환경 덕분에 이 지역은 고급별장과 카페촌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능내역만이 고독하게 옛 모습을 고집중이다. (이런 고집쟁이~~~






▶ 지금, 추억을 바라보다. 







간이역 재생산의 아쉬움

능내역 주변은 다산정약용선생님 유적지를 비롯하여 드물머리, 세미원, 팔당댐 등 풍부한 관광지가 존재하는 수도권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강이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보는 이의 가슴을 활짝 열어준다. 로맨틱한 카페, 깜찍한(?) 레스토랑의 집합소로 유동인구도 많지만, 정작 능내역을 찾는 이는 많지 않았다. 과거의 낭만장소는 한강 라이더들의 간이휴식소로만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겨울이라 그럴수도..) 





 매점, 추억의 역전집, 자전거 대여소만이 능내역을 지키고 있을 뿐..... 





 능내역 기차카페도 이제는 안녕~!!! 능내역 먹거리의 자존심이었던 푸드트럭 SALT&PEPPER도 인근 양수리로 이사해서 방뺐고, 능내역을 연인처럼 바라보던 카페 바라보다도 현재 내부공사로 휴업중이다. 






 카페 바라보다의 넓은 창은 능내역의 시간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 휴업중.






 그나마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라이더들의 휴식처로만 능내역이 존재하는 기분이랄까?







예술가의 손길로 능내역을 <추억>의 기차박물관이나 카페로 활용했으면.... (지금은 방치된 추억???)

능내역은 접근성 좋고, 주변 관광인프라가 풍부해서 재생산 가치가 뛰어난 간이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역 주변은 건축가와 예술인들의 손길로 재개발 되었거늘, 오직 능내역만이 방치된 느낌이다. 그간 능내역을 살리기 위한 주민들의 노고가 있었지만 빛바랜 사진과 오래된 물품만 있을 뿐... 관리가 아닌 방치의 감정이었다.


비슷한 운명이었던 구둔역과 대조적이다. 구둔역은 주변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이란 감성프레임과 카페, 등불날리기, 연극 등 다양한 이벤트로 재탄생에 성공했다. 추억을 오래된 앨범에 방치해서 남은 추억마저 훼손시키느니, 새로운 앨범에 다시 담아 보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기차박물관이나 카페로 재활용해서 능내역의 시간 가치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보존했으면 좋겠다.






 역사 내부는 간이역이 아닌 창고의 감성이었다. 









장난감 같은 간이역, 석불역 신역사

능내역에서 구둔역 사이 마치 장난감 같은 간이역이 있다. 간이역이라고 하면 오래됨이 매력이지만 석불역은 오히려 독특한 신상 간이역이라 매력이다. 본래 중앙선 복선화사업중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사유로 사라질 위기였다. 주민들과 양평군의 노력으로 하루 4편의 기차가 서는 무인역으로 재탄생되었다. 석불역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절대 내리지 말라!!!! 다음 열차는 12시간 후라는 사실!!!






 독특한 외관 때문에 내부도 궁금했지만, 기차가 오고내리는 시간대인 딱 2번만 개방된다. 100년 넘게 생존해서 문화재 간이역이 되길 빌었다. 






 석불역에서 구둔역 구간 설경이 고독하면서도 포근하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간이역, 구둔역

적.어.도 구둔역의 겨울은 쓸쓸하지 않았다. 열악한(?) 교통여건 속에서도 이곳을 찾는 여행자가 있었고, 구둔역을 청소하며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방치된 간이역들과 달리 사랑받는다는 느낌이랄까? 

구둔역 주변은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다. 하루에 버스조차 몇 번 서지 않는 외지다. 열악한 생존환경속에서도 오직 구둔역을 위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이 있다. 






 국민 첫사랑 영화, 건축학개론은 구둔역을 첫사랑 기차역으로 만들었다. (나의 첫사랑은 쌍문역이라는 전철역이었던가?)





 역사 한편에는 연인들을 위한 고백의 정원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간이역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고, 소원을 적어 날리는 등불 이벤트도 있다. 근데 여기서 정말 고백한 사람 손!!!!! 





 전철(?)보다는 뭔가 클래식한 기차가 있어야 할 것 같지 않아?   





 연인들은 손잡고 철길을 거닐고, 혼행자들은 점프 셀프샷이나 도전하고... (토닥토닥...)






 구둔역은 국내 유일(?) 간이역 연극무대!!! 금년(2018년) 4월부터 다시 연극이 개최된다고 하니, 그때 다시 구둔역을 찾고 포스팅하기로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