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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특집] 마을산책의 로망

[강원 강릉여행] 커피 그리고 바다 - 강릉역, 안목해변, 경포대, 사천해변 /하늘연못


고속철도의 등장으로 강원도 교통인프라가 천지개벽하면서, 심리적으로 부산보다 더 멀게 느껴졌던 강릉이 한번 가면 2박 3일 여행지가 아닌 당일치기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그 어떤 옷가지들을 챙기지 않고 가벼운 짐과 마음으로 강릉으로 떠났다. 


도시도 트렌드에 맞게 변화한다는 것을 강릉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바다 한 번 바라보고 술 한 잔 훌쩍 마시고, 배고프면 하루는 회, 하루는 두부 먹고, 좀 지루하다 싶으면 오죽헌에서 전통놀이 해주던 그 강릉에 커피바람이 불어와 도시의 색감을 변화시켰다. 커피황제 박이추 선생님께서 고향 강릉에 터를 잡고 커피문화사업을 벌이자 전국 각지에서 바리스타들이 모여들었다. 안목 해변을 중심으로 카페거리가 형성되었고, 바이러스처럼 주변 바다를 커피향으로 전염시키고 있다. 해변이 점점 더 고와지고 있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선에 위치한 강릉역은 극적인 변화의 중심에 섰다. 서울에서 1시간 40분 만에 만나는 교통혁명!!! 혁명적으로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남심 저격 이쁜 카페, 인생샷 리조트, 청정바다 해양레포츠까지.... 강릉의 변화에 제주도가 울고 있다. 5만원 속 신사임당께서 커피 한 잔 들고 말씀하신다. 참말로 예전 그 강릉이 이 강릉이 맞는교?






강릉역 렌터카시스템을 전국 기차역중 최고라고 말합니다!!!! 








강릉의 변화에 안목해변이 있었다. 십년전만 하더라도 강릉바다하면 경포대와 정동진이 전부였다. 안목해변은 강릉도심과 가장 가까운 해변이지만 여행자의 입에 거론되지 않던 조용한 해변이었다. 우리나라 1세대 바리스타들이 안목에 터를 잡으면서 소소한 커피거리가 조성된 것이, 미디어,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전국 각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겠노라며 자던 아이 깨워가며 모이고 또 모여들었다. 커피 한 잔 다 마실 때 즘이면 바로 옆에 카페 하나가 또 생기니, 안목이 안목을 낳고, 또 안목을 낳기를 거듭하더니 현재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국가대표 카페거리가 되었다. (남대천에서 용났네~)


오늘날 안목해변은 바리스타들의 올림픽경기강이란 느낌이 든다. 커피대회에서 우승한 실력파 바리스타들이 각축전을 벌이니 어느 카페를 들어가도 만족스러운 맛과 분위기를 보장한다. 우리나라 커피성지 별다방이 안목해변에서는 맥도 못추릴정도라니까~






보사노바 커피 로스터스         | 안목 카페들은 어딜가나 커피잔보다 사람이 더 많지만, 이곳은 그중 인기짱이다. 4층 루프탑 야외테라스에서 마주하는 바다는 열혈남도 가녀린 청춘남으로 만들어버린다. 이곳에서 바닷바람을 콧구멍에 주입하면, 순간 자기 모르게 '시간아 멈추어다오~!!!!'란 말이 나온다. 여인네들은 삼삼오오 앉아 팔 하나씩 들고 인생샷 촬영에 몰입한다. 촬영하다가 피곤하면 잠도 청할 수 있다. 여행에 지친 이들을 위해 꿀잠공간도 비밀스레 마련되어 있으니...






산토리니         | 커피거리 끝자락에 지중해를 만난다. 바다 옆 파랗고 하얀 건물이라 수 년전 여행했던 산토리니가 떠오른다. 이 곳 테라스에는 포카리스웨터의 청순미녀가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았다. 부푼 기대감으로 들어가니 현실은 하늘보다 높으신 아내일 뿐.... 하얗고 푸른 창 밖으로 보이는 코발트블루의 반짝이는 출렁임이 바로 청순바다다. 이곳이 진짜 유명한 이유는 인테리어가 아니다. 커피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정평난 손드립커피다.






할리스커피 안목점          |  어느날 우리에게 할리스 커피 할인쿠폰이 있어 일부러 찾았거늘, 안목점은 그 어떤 할인정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안목점만의 도도한 정책에는 이유가 있다. 단언컨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할리스 매장을 뽑는다면 안목점이 아닐까? 안목항 끝자락 바다의 중심 높은 곳에 있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보사노바 커피가 안목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라면 이 곳은 바다 위에서 안목해변의 동서남북을 전부 조망한다. 푸른 바다 위의 공중카페다.






카페들의 빈틈에 젊은 예술 감각을 지닌 민예품상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안목도 이제 다양해진다.






안목바다는 남녀노소 국적불문 즐거움을 연출한다. 








누구에게나 경포바다에서의 추억 하나 즘은 있는데, 자주 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기억나는 순간이 없었다. 불꽃놀이를 했던 기억만 흐릿하게 떠오른다. 현재 경포대는 제주 중문처럼 고급리조트단지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래서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그때의 경포와 지금의 경포가 너무 다르기 때문... 그래도 변치 않은 것은 경포 밤바다는 불꽃놀이의 성지이며, 예나지금이나 시끌벅적하다는 사실이고, 바다를 지켜주던 송림이 지금까지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어젯밤 아주 핫하다못해 귀까지 찢어지는 줄 알았던 경포대의 미친 밤. 언제 내가 그랬냐며 이른 아침은 고요해서 경포대 답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나도 모르는 편지가 집에 도착해 있었다. 어떤 미친(?) 녀석이 울 마누라에게 편지를 보냈을까 울분을 토할려던 찰나!!!! 그 미친(X) 녀석은 바로 1년전 나 였다. 아내는 편지를 읽더니 닭살이 돋는다고 했다. 1년 전 나는 참 순수하다 못해 버터같은 남자였다. 느린 우체국은 저 안에는 느끼한 사랑타령들이 가득 쌓여있을 것이다. 






소나무숲을 봤을 때 아주아주 오래전 추억이 갑작스레 떠올랐다. 20년전 저 곳 어딘가에 돗자리 깔고 고기구워 먹었다. 수영복을 깜빡하신 건망증 심한 어르신들 덕분에 우리들은 올 누드로 바다에 입수했다. 없는 살림에 수영복을 또 어찌사겠느냐, 잠시 챙피하면 될것을..... 바다에 들어가면 보이지도 않으니 상관없다. 신나게 놀다가 고기먹고, 체력충전하면 메뚜기, 방아깨비 등 곤충채집에 나섰다. 그리고 숲에서 잠이 든다. 이젠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문화시민들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경포바다 뒤 호반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요새 동해바다에 참치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미친 바다라지만, 물가마저 미쳐버리면 어찌할까. 세종대왕 초상화 한 장으로 입 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편의점에 없으니 말이다. 강릉에서는 2장은 기본이더라. 









사천바다는 마치 도시생활을 꿈꾸는 바닷가 처녀같다. 바다 넘어 화려한 경포바다를 끊임없이 바라본다.






바다가 어찌나 청명한지, 꼭 나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커피도시 강릉 아니랄까봐 사천바다에도 어김없이 카페는 존재한다. 이곳 카페들은 바람이 참 여유롭다. 






사실 사천항은 물회 아잉교~!!!! 오징어 물회 하나 줍쇼~






사천은 바다도, 논밭도, 산도, 전부 시원하다. 하다못해 거름냄새 마저도 참말로 시원하구마....... 창문 닫어!!! 






테라로사 커피공장 사천점          |  강릉에서 대한민국 커피 혁명을 일으킨 테라로사는 이제 전국 14개의 지점을 가진 고급 창고형 커피공장이 되었다. 전국 어디든 테라로사가 있는 곳에 항상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내도 테라로사커피에 대한 믿음이 지나쳐 테라로사가 보이면 잠시 차를 돌리자고 할 정도다. 자연의 순수한 가치를 담은 로맨틱한 창고형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향긋한 커피 향기.... 테라로사는 사랑이다. 


테라로사 커피공상의 탄생비화가 흥미롭다. 테라로사의 전신은 본래 돈까스집이었다고 한다. IMF로 명퇴당한 은행원이 본인의 고향 강릉에서 돈까스집 창업했다. 식후 커피를 연구하다가 지금의 테라로사가 탄생했다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 많은 노력이 있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