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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특집] 마을산책의 로망

[전북 남원여행] 최명희의 혼불 배경지 - 서도 (서도역, 혼불문학관) / 하늘연못의 마을여행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는 1990년대 우리나라 문학계의 대문호 최명희의 정신적 고향이다. 그녀는 본래 전주출신이지만 그녀의 뿌리였던 서도를 배경으로 대표작 "혼불"을 집필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직전까지는 3대에 걸쳐 무너져가는 종가집의 이야기를 묘사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지역의 분위기를 최명희 특유의 필체로 서술해서 1990년대 대한민국 문학사의 최고 걸작중 하나로 꼽힌다. 국민이라면 혼불이라는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어도 최명희와 혼불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집 책장에서 혼불이 꽂혀져 있었는데, 나 역시도 읽진 않았구나. T_T;;;)


최명희 작가는 35살에 혼불의 첫권을 집필해서 쉰살이 되어서야 혼불의 마지막권을 완성했다. 2년 후, 혼불이 되어 세상과 작별했으니, '혼불'은 그녀의 인생이자, 서도리의 근대사라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서도리 여행과 작가 최명희는 마치 하나의 가족과도 같다.  








작은 간이역 하나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아주 오래전 이 역의 자그마한 플랫폼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을 것이고, 이별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콩나물 지하철을 타다 지하철내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바람이 머물다 간 역으로 소개되는 아름다운 간이역이 나왔다. 소박한 아름다움에 반해 유심히 봤더니 서도역이란다. 외모처럼 이름도 참 이쁘다. '서도書道-글의 길'. 마치 국민첫사랑 손예진 같다. 

기회가 닿으면 꼭 만나리라 마음먹었고, 이내 실행으로 옮겼다. 임실을 지나 남원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서도리가 있다.







서도리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마을은 아니었다. 평범한 농촌의 모습이었다. 역 주변에는 그 흔한 상점 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람 조차 보기 힘들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렇다보니 대중교통은 거의 없고, 택시를 이용하거나 자가용으로 와야 한다.







인적이 없어 사뭇 쓸쓸해 보이는 마을 길 한 편에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이란 조형물이 보였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법한 그곳에 서도역이 고운 자태로 살며시 숨어 있었다.







서도역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1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일제는 일본본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만의 시골 기차역을 목재를 이용해 만들었다. 현재 일본과 대만에는 100년 된 목조간이역이 유인역사로 역사의 기능과 관광지의 기능을 겸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목재간이역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더불어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무대로 알려지면서 문학적 가치까지 가미되게 되었다.


본래 이 역은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인근에 새로운 서도역이 생기면서 철거대상이었다. 남원시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감안해서 코레일로부터 구 서도역을 매입했다. 이후 대대적인 보수작업 후, 서도역 영상촬영장으로 활용중이다. (남원시 센스있네~)







의자에 앉아 철길의 끝자락 바라보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다가올 뭔가를 기다리던 순간이 어린 시절에는 분명 있었다. 







폐역을 활용하기 위해 레일바이크를 만들고 주변을 정돈했지만, 너무 외진 위치 탓인지 휴업중이다. 철로 양 옆으로 펼쳐진 메타세콰이어길이 운치를 더한다. 황량한 느낌이 드는 주변을 가려주기 위해 메타세콰이어가 좀 길었으면...하는 마음이 있었다. 철로 옆 메타세콰이어길.... 단어만으로도 연인의 손을 잡고 싶지 않은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철로의 끝 자락에 새로운 철로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고속철도을 보았다. 그 순간 멈춘 시간의 틈에서 나올 수 있었다. 







구 서도역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신 서도역이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신 서도역 역시 이용객이 많지 않아 얼마지나지 않아 폐역되었다. 


전라선 복선화 사업 때 만든 일부 기차역들은 이용객 저조로 얼마 지나지 않아 무인역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폐역되었다. 서도역이야 스타일은 없어도 소박한 분위기라도 있지만, 죽림온천역은 이쁜 산까지 가려가며 거대한 시멘트로 발라놓았거늘, 온천역이라는 명칭과는 대조적으로 공포체험 폐가삘, 범죄삘로 변모해버렸다. 이용객이 고작 월 평균 1000명이었다니... 안습이다. T_T;;;








문학에 관심이 많은 아내는 혼불문학관을 가보고 싶어했다. 작가 최명희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못을 배경으로 한 오두막 정자를 바라보니 푸근한 미소가 나온다. (원래 나 쬐끔 푸근하다.)







주차 후 목재로 만들어진 아늑한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서니 시원한 조망을 자랑하는 초원이 펼쳐진다. 초원 위로 무용을 하듯 품위있게 팔을 뻗친 노송과 두 채의 길다란 한옥이 나왔다. 







혼불문학관은 혼불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를 종이인형으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을 읽지 않았어도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잘 표현했고, 소설의 배경이었던 일제강점기 시절 선조들의 전통적 생활상을 생생하게 옅볼 수 있었다.  


문학관 내에는 평소 최명희 작가의 집필실이 재현되어 있다. 문학가의 방은 왠지 떠다니는 공기마저도 책냄새가 난다. 그래서 렌즈로 담아보고 싶었는데, 내부 사진 촬영 불가다. 작가는 글을 쓰다가 창밖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 이 글을 포스팅하는 내 눈 앞 창밖은 시골 똥냄시 오줌 냄시 풀풀 풍기는 농촌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도시에서의 삶에 잠시 여유를 두기 위해 이곳으로 내려왔는데, 포스팅 외에는 딱히 할 게 없어 하품이 절로 나오는게 나에게는 도시생활이 역시 익숙한 것 같다. . 







딸아이에 전통은 아직까지 신가한 존재다.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만 전통문화를 새롭다고 느끼는 걸 보면,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 가치를 망각하고 살았던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남원시에서 서도역과 혼불문학관을 공 들여서 존속시킨 것처럼 공사 모두 문화적 정체성 회복과 한국적 가치창출을 위해 모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랑께~~ 안그런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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