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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특집] 마을산책의 로망

[강원 평창여행] 오대산 순녹의 숨결 - 월정사, 상원사, 켄싱턴호텔 평창 정원 /하늘연못


충전을 위한 완벽하지 않더라도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던 찰나, 10년전부터 묵혀두었던 나만의 국내여행 버킷리스트 평창을 꺼내보았다. 그간 평창여행은 계획만 잡고 작심3분으로 망각했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강원도 교통이 천지개벽을 하면서 10년만에 실행에 옮겼다. 


2018년 여름은 미쳤다. 대프리카는 이제 익숙한 지명이지만, 서프리카, 인프리카 등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했다. 한반도 모든 지역이 아프리카에 편입된 시간이었다. 악마로 불리는 에어컨 전기세의 유혹을 막아내며, 선풍기 바람에 육수 좍좍 뽑아내며, 냉녹차로 체온을 유지하던 찰나였다. 평창으로 피서간 친구의 페이스북을 보게 되었다. 


"평창...지금은 추움!!! 18도!!" 


아프리카가 아닌 알래스카를 느끼고 싶다는 결단 불끈!!!! 평창의 모 호텔을 예약하고, 강원도로 도망갔다. (거짓말처럼 평창은 아이러니하게 덥지 않은게 아니라 추웠고, 추워서 오히려 따스함을 찾았다는 웃픈 기억이....)









서울에서 진부역까지 KTX로 1시간 30분!!! 이제가면 언제 오냐던 강원도는 이제 당일치기 마실용이 되었다. 진부역 외관은 오대산의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내부는 속 빈 강정이었다. 평창은 훌륭한 관광자원이 도처에 깔렸고, 고속철도까지 뚫리면서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거늘, 평창은 변화수용에 미온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루에 한 편 운행하는 시티투어버스 정도만이 뚜벅이 여행자들에게 도움을 줄 정도? 역사내 버스시간표나 정류장 등 주변 관광 연계 안내판도 찾을 수 없었다. 

이용객도 적은데 주차장이 유료라서 주차장은 텅 비었고, 되려 주차장 주변이 만차다. 올림픽 개최도시가 맞는걸까? 아마 외국인이 이곳을 찾는다면 진부역에서 국제고아 각이다. 


강원도는 KTX역사마다 렌터카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지만, 진부역은 물음표다. 반면 이웃도시 강릉은 렌터카 인프라가 훌륭하다. 강릉을 곁들인다면 강릉에 베이스를 잡고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진부역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체계가 합리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현재로써는 시티투어버스 또는 렌터카가 정답일 듯 싶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고 언론에서는 늘 칭찬하는데, 올림픽 자체는 좋았으나 하고나니 문제인가?








진부역에서 오대산 입구까지는 20~30분 거리다. [켄싱턴호텔평창~오대산 입구~월정사 전나무숲길~월정사~상원사]로 길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오대산 입구에서 입장료와 주차료를 지불하면 월정사와 상원사는 통합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트레킹 구간은 상원사에서 월정사까지 내려오는 구간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각각의 사찰은 자차로 움직이고, 월정사 전나무길만 트레킹한다. 


★ TIP      | 상원사를 일정에 넣기를 권하지만 노인, 아이가 있다면 상원사는 제외하고 월정사만 관람하길.... 월정사 전나무길은 유모차를 끌어도 쉬운 길이다. 반면 상원사는 가는 길이 15분간의 좁은 비포장도로며, 사찰에 계단이 많다. (월정사 유모차 GOOD!!, 상원사 유모차 = 극기훈련!!!)






월정사 주차장에서 주차 후 유모차에 아이를 앉히고 숲 길을 거닐었다. 숲 길은 내천을 주변으로 약 2km 순환코스다. 무장애 탐방로 + 전나무 숲길 + 예술작품이 적절히 콜라보되어 있고, 소박한 사찰과 숲 속 전통찻집과 카페도 있다. 하루를 온전히 힐링으로 충전하기에 부족함 없는 종합힐링 선물세트다.






하늘 높은지 모르고 쭉쭉 뻗은 전나무가 드리운 숲 속.. 나는 그저 똥먼지처럼 자연에 동화될 뿐... 






숲 속에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예술작품들은 예기치 않은 선물이랄까?






숲길의 끝자락 냇물 졸졸 흐르는 금강교를 건너면, 월정사 일주문이 반겨준다. 






월정사에 들어서니 노곤함도 말끔히 사라진다. 월정사는 강원도 사찰계의 탑스타라서 큰 규모일꺼라 짐작했는데, 예상과 달리 단촐하며 섬세하다. 오대산 특유의 거친 느낌과 대조적이라 자연스럽다.

일찌감치 대웅전에 올라서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감탄의 시간에 조용히 귀 기울인다. 비로소 자연과 내가 완전체를 이룬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시끄러운 세상사..잠시 동안 안뇨옹~ 






힐링여행에 차 한 잔 빠질 수 있나.. 월정사는 전통찻집, 카페, 베이커리를 운영중인데,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가 어여쁘다. 






숲 속에서 그녀와 함께 마시는 쌍화차 한 잔이 남심의 서정성을 이렇게 촉촉히 적시는구려~!!! 가녀린 남심 저격~!!!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올라가는데, 비포장도로 덕분에 자동차에게 괜시리 미안해진다. 15분간 마주오는 자동차를 피하며 거침없이 흙먼지 휘날리며 달리니, 용케도 상원사의 입구다. 더 이상 자동차가 올라갈 곳 없는 오대산 중턱 끝자락. 지금부터는 두 발을 혹사시킬 순간이다. 


올가가기전 마지막 휴게소인 소풍가를 바라본다.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라면을 드시고 계셨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찾듯 내 시야도 자연스레 라면을 응시했다. 침 넘어간다. 꿀~~꺽!!!!! 점심을 아래서 먹고 오는게 아니었는데!!!!! 다음에 저곳에서 기필코 라면을 먹겠노라 다짐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월정사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던 역사이야기를 잠시 해보련다. 상원사는 수양대군 세조의 흔적이 있다. 수양대군은 단종으로부터의 왕위찬탈과 왕권강화를 위해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 놓았다. 왕이 된 후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민심을 읽은 정치로 치적이 훌륭했으나, 자신의 업보를 지울 수는 없었다. 용서받기 위해 불교에 귀의했다. (불교는 자비로운 종교니까~) 


세조는 말년 업보를 용서받기 위해 전국 사찰을 돌아다녔는데, 사찰에 오르기 전 계곡물에서 항상 몸을 깨끗이 하고 사찰에 올랐다. 상원사 입구에는 세조가 어의를 올려두었던 돌(관대걸이)가 남아있다. 추측컨데 세조가 만약 숲 속에서 먹는 라면맛을 아셨더라면, 몸을 깨끗이 하기 전 라면부터 드시지 않았을까?






상원사의 돌계단은 번뇌가 사라지는 계단이다. 처음에는 쉬울 법 한데, 오르면 오를 수록 계단이 가파른지라, 마지막에는 라면을 먹고 싶다는 번뇌까지 지워버린다. 






상원사 계단에 올라 숨 찬 가슴을 부여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생각나는 것은 라면이 아니라 오직 물 뿐이다. 달려가 바로 물을 폭풍흡수했는데, 완전 꿀 물~~~!!!!! 심장까지 씻겨나가는 듯 한 그 기분 알랑가 몰렁...궁금하면 상원사 오랑께~ 






물 한 잔 마시고, 방전된 저칠체력에 충전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체력으로 삼배를 올린 후, 잠시 졸고 가기로 한다. 뭐 어차피 남는게 시간 아니더냐~ 꾸벅꾸벅~!!!






베일 같은 유리에 가려진 저 종은 우리나라 범종계의 맏형인 상원사 범종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보신각종도 상원사 범종을 행님으로 두고 있다. 725년에 만들어졌으니 무려 천년 넘도록 저 자리를 지킨 셈이다. 아주아주 먼 훗날 후생에 이 범종 소리를 듣는다면, 소리의 운율과 함께 지금 가족들의 행복을 떠올릴 수 있을까? 음..역시 엉뚱한 상상이겠지? 






딸아이에게 상원사를 다녀간 기념을 선물해주고 싶어 소박한 나무포크를 샀다. 머리빗을 사주려 했으나, 포크가 좋다고 한다.






상원사 주변 산책로에서 짙은 녹음과 우리는 느릿느릿 교행했다. 잠시 서로 엇갈리며 만났다 헤어지는 것도 사소한 인연이라더라.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들르려 했지만, 다음 인연을 기약한다. 성보박물관 바로 옆에는 한국 전통 분위기 물씬 풍기는 먹자골목이 새로이 조성되었다. 나는 상원사 라면을 다음에 찜~해놨기에, 여기에서 밥먹을 일은 아마 없을 듯? 








켄싱턴리조트 평창의 정원은 오늘 힐링여행의 달콤한 디저트였다. 호텔이 오래되어 건물은 노후되었지만, 주변 정원과 호텔 내부 인프라는 마음에 쏙 들었다. 숙박비도 저렴한 편이라 다음에는 이곳에서 하루를 청해야겠다. 






호텔 정원은 호수 주변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전형적인 프랑스 왕실정원양식으로 조성되어 있어 몇년전 여행했던 프랑스여행이 무지막지하게 떠올랐다. 






그토록 여행을 다녔지만, 출산 이후 캠핑한 적이 없다. 이제 아이도 어느정도 컸으니 다음에 도전해보리다. 북유럽과 일본 홋카이도여행이후 우리가족 여행스타일도 약간 바뀌었다. 스팟을 찾기 보다, 그 어떤 장소든 추억을 그릴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하게 된 것 같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것처럼 부모들에게 행복한 기억은 없을 것이다. 건강해야 추억도 쌓고 여행도 다니니까....






여름에는 수영장은 아이들에게만 진리~!!! 




하루를 온전히 산책에 몰두했다. 자연에 동화되는 느낌........ 시간이 흘러 다시 또 이곳을 찾을 것이다.

상원사 라면, 월정사 성보박물관은 그때 글을 써서 2부작으로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