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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권 ■■■/대만 기차와 마을여행기

[대만 장화현 루강] 빨간 벽돌 골목길에서 찾는 항구마을의 빛바랜 추억, 루강 鹿港 /하늘연못의 대만 마을산책

 

타이완 중부에 위치한 루강은 청나라 시절부터 중국 대륙과 활발하게 교역하던 무역도시였다. 도시가 부유해지자 중국 푸젠성의 한족들이 돈을 찾아 이주했다. 본토인들의 대거 이주로 조그마한 항구도시에 자연스레 주거공간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그리고 푸젠성의 생활양식을 대만 최초로 정착시키는 계기도 되었다. 대만 최초의 용산사와 천후궁 마주 총본산이 루강에 세워졌다. 이주민들은 척박한 생활환경을 종교적인 신념으로 극복하려 했다.

 

 

항구무역도시의 번성은 대만독립과 함께 멈췄다. 일제시절 일본은 자원이 풍부했던 루강을 개발했지만, 대만독립정부는 아니었다. 철도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 루강은 '시간이 정지된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정지된 시간은 여행자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자극했다. 푸젠 양식의 민가들이 빼곡히 들어선 골목길과 푸젠과 일본문화가 뒤섞여있는 소박한 풍경은 루강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탄생했다. 본성인 (本省人, 대만 독립 전 이주온 중국 본토인) 이주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루강'이 제격이다. 

 

 

 

 

 

 

 

루강기차역 (남부 관광안내소) 鹿港車站 ★       루강과의 첫 만남은 소박한 목조기차역이었다. 일제시절 농산물 운반을 위해 만든 기차역이다. 오래된 목조간이역은 왠지 온화한 추억들이 베인 듯 하다. 난 이곳에서 다가올 기차를 기다리고 싶지만 현재 기차는 다니지 않는다. 

 

대합실은 관광안내소다. 루강 지도 및 숙박 등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도움을 줄 뿐더러 자전거도 저렴하게 빌려준다. 루강 관광지도를 보니 미로 같은 골목길이다.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매우 친절히 알려준다. 일정에 쫓기듯 다니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한국인인 내가 이곳에 왔다는 것에 대해 내심 놀라워했다. 

 

 

  ●  info     루강은 미로 같은 골목길 탐닉이 매력이다. 미로의 난이도가 어렵지 않지만 지도 없이 다니기엔 복잡하다. 관광안내소에 꼭 들러서 지도를 얻자. 만약 중간에 길을 잃었다면 중산로 中山路를 기준으로 다니면 된다. 

 

 

 

 

 

원창쓰 文昌祠, 문개서원 文開書院, 우먀오 武庙       명칭처럼 당시 사람들의 학문을 담당하던 교육기관이었다. 온통 빨간톤의 가감으로 지어진 서원과 사당이 일렬로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푸젠스타일이다.

 

 

 

 

 

루강 롱산쓰 鹿港龍山寺 ★       대만의 여러 용산사중 最古이자 最高로 인정받는다. 1653년 본토에서 이주 온 한족들이 오직 목조만 이용해서 사찰을 건립했다. 그들은 척박했던 도시에서의 삶을 종교에 의지했다. 섬세하게 장식된 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종교적인 신념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2,3번째 사진 속 조각은 롱산쓰의 백미다. 저 조각을 사진에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은 땅에 누워서 촬영할 만큼 큰 감동을 선사한다.

 

사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으려는 화가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음악인들이 느긋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에 몰입하고 있다. 그리고 서민들은 옛날 조상들이 그랬듯이 소원 성취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오래도록 마을을 사랑하며 더불어 사는 현지인들을 바라보면 소도시 산책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낀다.

 

 

 

 

 

모루샹 摸乳巷       루강의 전성시절, 부를 찾아 건너온 이민자들이 좁은 도시안에 우후죽순 집을 빼곡하게 지었다. 그래서 빼곡한 집들은 미로 같은 골목길을 탄생시켰다. '젖꼭지가 스치는 골목길'이란 명칭처럼 골목길 폭이 60cm로 루강에서 제일 좁다. 워낙 집들이 붙어 있다보니 화재시 불의 확대를 막기 위해 방재용으로 만들었다. 걷다보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이와 향기(=땀냄새)를 교감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만미디어는 이 길에서 남녀가 스쳐 지나가면 인연이 된다고 낭만적으로 포장했다. 이런 길은 국내도입이 시급하다..!!!

 

 

주취샹 九曲巷       모루샹이 좁아서 유명하다면 주취샹은 100m도 안되는 길이 구비구비해서 유명하다. 바람과 도둑을 막기 위해 일부러 각지게 지었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들자 거리를 리모델링후 진셩샹(金盛巷)이란 이름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 공사중이었다는 슬픔이..T_T;;;)

 

 

 

 

 

중산로(中山路)는 루강의 중심대로다. 여느 대만 소도시와 비슷한 풍광이다. 노후된 건물들이 큼지막한 간판을 아슬하게 달고 있다. 하지만 중산로를 벗어나면 골목길 사이사이로 매력들이 꼭꼭 숨어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방황하다가 길을 잃게 되면 무조건 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나오면 된다. 그러면 웬만하면 중산로다. 루강은 골목길로 이루어진 마을이라서 실제로 차량들이 많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루강옛거리 鹿港老街 ★       빨간색으로 채색된 골목길에 빼곡히 들어선 푸젠식 민가고택들은 소박한 상점으로 영업중이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네시장을 추억케 했다. 다채로운 먹거리와 이색적인 볼거리로 느릿한 걸음에도 눈이 즐겁다. 마치 몇 백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회귀한 것 마냥 세월이 선물한 감성들은 끊임없이 신나는 발걸음으로 인도했다. 

 

 

 

 

 

루강옛거리의 끝자락에 씬주궁(新祖宮)이란 평범한 사당이 있다. 루강까지 올 정도면 이미 사당은 슬슬 지겨울 수도.....

 

 

 

 

 

루강야시장 鹿港夜市      중산로 끝자락에 루강 최대 야시장이 있다. 텐허궁 총본산이 바로 앞에 있어 평일에도 불구하고 대만 각지에서 몰려든 신도들로 시끌벅적하다. 각양각색의 먹거리들로 길거리에 한가득이니 여기는 분명 루강의 식탁일 것이다. 루강 대표 먹거리는 고기만두라고 한다.

 

 

 

 

 

루강 텐허궁 鹿港天后宮       위 용산사에서 언급했지만 푸젠성에서 이주 온 중국 본토인들은 이국땅에서의 새로운 삶의 노고를 종교에 의지했다. 루강 텐허궁은 바다의 여신 마주(媽祖)를 모시고 있는 사당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국 600여개의 텐허궁중 총본산이라고 한다. 대만 각지에서 몰려든 신자들이 참배하고 있었다. 인근에 신자들을 위한 호텔까지 갖추고 있는데 일반여행자도 묶을 수 있다.

 

 

 

 

 

텐허궁 인근에 위치한 장화커윈 버스터미널에서 타이쭝행 버스에 탑승하면서 루강 하루나들이에 마침표를 찍는다. 

 

 

 

 

 

 

 여행키워드 | 마을여행, 추억여행, 역사여행

 

 
교통 | 타이쭝 - 타이쭝역 젠궈루 장화커윈 버스정거장 약 20분 간격, 90분 소요 (THSR타이쭝역 경유)

              장화 - 장화역 맞은 편 장화커윈 버스정거장 약 10~20분 간격, 40분 소요

 

 여행코스 | 루강기차역(남구 관광안내소)에서 하차 후 골목길을 탐방하다가 텐허궁을 마지막으로 도보여행 끝 (반나절 소요)

 

 

 

 

여행팁

- 미로같은 골목길이 많고 거리가 복잡해서 지도는 필수 (일단 관광안내소로 가는 것이 포인트!!)

- 1시간 간격으로 무료순환셔틀버스가 북구 관광안내소부터 운행하지만 도시가 작아 버스를 굳이 이용할 필요는 없다.

- 오전오후 루강, 저녁 장화로 동선을 잡으면 좋다. 장화는 시간내서 볼만한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팔괘산대불야경만큼은 볼 만 하다.

 

숙소

- 위 지도에서 오렌지색깔들이 호텔들이다. 루강에서의 하룻밤을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캐리어 들고 이동하기 불편하다면 타이쭝에 숙소를 잡고 당일치기로 루강과 장화를 함께 여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